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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의 육담 ⑤-시아버지의 훈계 본문

.....古典(고전)

강원의 육담 ⑤-시아버지의 훈계

AziMong 2008. 2. 2. 19:33
강원의 육담 ⑤-시아버지의 훈계 
  
 막 시집온 며느리가 절을 하자 시아버지가 훈계했네. "야야, 첫날밤에 홑치마 입고 그네 뛰지 마래이, 동네 초군들 보면 且 꼴린대이. 그래구 새벽什 하지 마래이, 재수 없느니라." 며느리가 들어보니 이런 놈의 시애비가 어디 있는가 말이야. 거기 앉았다간 뭔 놈의 소릴 또 들을지 몰라 밖으로 나갔네. 시어머니가 "뭐이라고 했소?" 하니, "내 할 얘기 있든? 그래 야야, 且 꼴리게 하니 홑치마로 그네 뛰지 말고, 재수 없으니 새벽什 하지 마라 했지."
 이 말을 듣고 마누라가 "이런 놈의 첨지, 그따우 소리를 했다"구 말이야. 그냥 들어 볶어치니 해 볼 수가 있는가. "그럼 내가 다시 가서 올쿠지(바로잡지) 뭐." 시아버지가 며느리 보러 마당을 나가다가 옷갓을 하구서 생각해 보니 가서 뭐라고 하는가 말이야. 그래 "재수 없으면 제 재수 없지 내 재수 없나?" 하고 되로 방구석으로 들어와 버리구 말더래. (자료제공 ; 강릉민속문화연구소)
 
 난센스다. 정말 이런 일이 있었을라구. 우리나라의 규방가사(閨房歌辭)나 내방가사(內房歌辭)는 대체로 여자들이 스스로 지어 즐기거나 후학을 가르치려던 것이었지만, 때로는 시집가는 딸아이 손에 들려 보내 부디 시집살이를 현명하게 견뎌내라는 아버지의 교훈서 같은 가사(歌辭)도 있었다. 그러나 이 육담은 그냥 한 번 웃자고 해 본 소리일 것이다.
 하지만 시아버지의 충정이라 생각하여 굳이 긍정적으로 해석해 보자면, '여자란 모름지기 몸가짐을 잘해야 한다'는 것일 터이요, 또 부부생활을 하되 때를 잘 분별하여 그야말로 '몸이 상하지 않게 건강한 성생활을 하라'는 얘기일 것이다. 정제되지 않은 직설이 문제이나 폭소를 터뜨리게 했다는 면에선 성공적인 육담이다.
 한국의 킨제이 박사라 불리는 성심리학자 홍성묵 박사는 말한다. "성은 인간이 태어날 때부터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권리다.", "모든 사람은 성교육을 제대로 받을 권리, 성과 관련한 건강을 지킬 권리, 성폭력에서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
 그러므로 필요한 성교육의 한 예를 살펴보면, 동서고금에 여자의 '앉는 자세'에 대한 예절 규칙은 특히 엄했다. 서구 중세엔 여자가 다리를 벌리는 것은 물론 다리를 꼬는 것도 감정을 자극하는 것으로 이해했다. 그런 자세들이 허벅지나 '더 은밀한 부분'을 쉽게 보이게 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북아메리카 인디언 라코타족 어머니들은 여자가 앉을 때 다리를 붙인 채 옆으로 포개 앉아야 하며, 그런 자세로 아주 꼼꼼히 옷을 정돈해야 했다고 가르쳤다.
 우리 옛 어머니들의 엄격한 딸 자식 교육과 흡사하지 아니한가. 따지고 보면 며느리를 가르치려던 예의 육담 속의 시아버지 역시 이 같은 엄숙주의의 계열이다. 속치마를 살짝살짝 내보이던 춘향의 그네 타기나 이에 넘어가 버린 이도령의 환상 혹은 낭만은 그러므로 어린것들의 조신(操身)치 못한 짓이었을 따름이다.
 월드컵 때 있었던 흥미로운 논란 중 하나는 시합 기간 동안에 선수들의 섹스를 허용해야 하느냐 하는 것이었다. "심리적 안정에 도움이 되므로 허락해야 한다. 아니다, 경기력을 저하시킬 것이므로 금해야 한다." "이 경우 섹스는 약인가 독인가?" "오래 금하면 되레 불리한가? 참지 않고 하면 다리가 풀려 시합을 망치게 되는가?" 그러나 결론을 내기 전에 이미 우리는 승리에 취하고 말았었다.
 육담 속 우리들의 시아버지는 후자다. 다분히 중국 옛 황실의 방중술서인 '소녀경(少女經)' 쪽 부류다. '소녀경'은 "지나치게 쾌락을 탐하는 것과 나이에 걸맞지 않는 사정 횟수는 건강에 나쁘며, 특히 면역력을 떨어뜨리므로 15 세 남성 가운데 건강한 자 하루 2 번, 허약한 자 하루 1 번 사정하라."고 주장한다. 이른바 '접이불루(接而不漏)' 즉, "하되 싸지 말라"는 것이 요체다. 동양 고전이 이렇게 가르치거늘 성의 범람 시대에 살며 과도한 섹스를 즐기는 현대인들, 밤새도록 하고 벌건 새벽녘에 또 한 번 하는 '새벽什'을 부디 삼갈지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