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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의 육담 - <10> 오줌 누는 신부 본문

.....古典(고전)

강원의 육담 - <10> 오줌 누는 신부

AziMong 2008. 2. 2. 19:35
강원의 육담 - 10] 오줌 누는 신부
 
 
 옛날 한 신부가 가마를 타고 시집을 가는데, 가마 안에서 오줌이 매려웠지만 신부 체면에 부끄러워 차마 가마를 세워 달라 하지 못하고 가마 안 놋요강에다가 누는 수밖에 없었대요. 바깥에 가마꾼들이 듣기 때문에 마음놓고 누기도 어려웠으나 오래 참았던 터라 할 수 없이 치마를 걷어올리고 요강 위에 올라앉아 오줌을 눴대요.
 그런데 가마를 메고 가는 가마꾼들에게 그 소리가 육갑(六甲)하는 소리처럼 들리더래. 어떻게 육갑을 하느냐 하면, 처음에는 갑수르르(甲戌)… 하더니, 그러다가 을해을해(乙亥)… 해요. 요강에 오줌이 조금 차면 끝판에 가서 병자정축(丙子丁丑)… 이러거든요. 그래, 여자가 오줌 누는 소리를 가만히 들어보면 이렇게 육갑하는 소리처럼 들려요. (자료제공 ; 강릉민속문화연구소)
 
 어느 소설가의 얘기로, "선생님, 남자들 오줌 누는 소리는 쉬이∼ 하는데, 여자들 오줌 소리는 어째서 쏴아∼ 합니까? 하고 초등학교 수업 시간에 물어 봤다가 '졸 나게' 얻어 터졌다." 하지 않던가. 그 소설가뿐 아니라 대부분의 남자들은 여자들 오줌 누는 소리에 강한 성적 충동을 느낀다. 여자들 오줌 누는 소리에서 연상되는 여자 성기에 대한 에로티시즘. 요도 음핵 음순 음모 등 외음부에 대한 화려한 환상.
 가마 속에서 신부의 오줌 누는 소리가 들려오는 그 한 순간 육담 속의 가마꾼들이 환상에 사로잡혀 육갑 소리를 떠올린 것이다. 수르르… 하고, 찔끔거리다가 다시 갑수르르… 하고. 이 의성(擬聲)의 탁월함 혹은 점잖음. 현대인들은 좀 촌스럽다 느낄지 몰라도 사실 옛 사람들의 이런 탁월함은 '성기 이름 붙이기'에서 빛난다.
 한(漢)나라 때 편찬되기 시작하여 수(隨)나라 때 완성된 중국 방중술 책자는 여성 성기에 관한 학명(學名)을 소상히 적고 있다.그 명칭들은 시풍(詩風)이 가득하면서도 매우 사실적이어서 놀랍다. 예를 들면 이런 것들. 현대 의학명 '자궁'의 당대 의학명도 '자궁(子宮)'이다. 때론 '주실(朱室)'이라기도 했다. '질'은 빨간 구멍이란 뜻의 '단혈(丹穴)'이요, '음모'는 '사묘(莎苗)' 즉, '잔디의 모종' 같다는 것이다. '질' '음모'라는 낱말보다 한결 격조 높다 느껴지는가? 또 오줌구멍인 '외뇨도구(外尿道口)'는 '홍천(鴻泉)' 곧 '큰기러기의 샘'이요, 클리토리스인 '음핵포피(陰核包皮)'는 '신전(神田)' 즉 '신의 밭'이라 했다. 농경인들의 섹스관이 반영된 듯하다.
 서유구(徐有矩)의 18 세기 성 문화를 담고 있는 실학서적 '임원십육지'엔 '여성의 국부'는 '동리도화(洞裏桃花)' 곧, '뒷동산에 핀 복사꽃'이라 미화돼 있다. '남성의 국부'는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곳'이라는 의미의 '불인견지처(不忍見之處)'라 썼고.
 그러나 그 시대에 성교 포즈들이 다양하게 조각된 엽전이나 춘희자(春戱子)가 은밀히 유통되고, 또 고도로 발달한 춘화(春畵) 등 섹스 숭배 문화가 있었던 것에 비해 이들 어휘는 영 딴판이라 옛 선비들의 이중적 사고 또는 위선이 엿보이지 아니하는가.
 수년 전에 도올 김용옥(金容沃)이 쓴 '여자란 무엇인가'란 철학책에서 "독자 여러분이나 나는 모두 우리들 어머니의 X구멍에서 태어났다."라는 문장을 읽었을 때 필자는 깜짝 놀랐다. 그러나 잠시 뒤 놀란 스스로를 촌스럽다 여겼다. 이런 생각 때문이었다. '씨(불알=火+卵)를 받아먹는 입.' 여기 '씨'와 '입'에서 'ㅣ' 모음을 하나 뺀 한 음절의 말, 이게 여자 성기 이름이다. 기막힌 조어(造語) 방식에 의해 생겨난 참으로 솔직하고 사실적인 말이 아닌가, 하는 생각. 도올은 이런 우리말을 사용했을 따름이다. 어찌 우리말은 낮고 한자 어휘는 격이 높다 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