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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의 육담] <13> 처녀 뱃사공 본문

.....古典(고전)

강원의 육담] <13> 처녀 뱃사공

AziMong 2008. 2. 2. 19:37
강원의 육담] <13> 처녀 뱃사공 
 
 옛날에 처녀 뱃사공이 배를 몰고 있었는데, 어느 날 선비 한 사람이 처녀가 몰고 있는 나룻배를 탔대. 선비는 노 젓는 처녀의 아리따운 엉덩이를 보고 그만 엉큼한 마음이 생겨 처녀 옆에 가서 엉덩이를 치며 수작을 걸었다나. "좋구나. 처녀 뱃사공의 배 위에 올라타니 기분이 참 좋구나. 배 위에서 배를 타면 더 없이 좋을 텐데…." 처녀 뱃사공이 그 말을 듣고 있자니 괘씸하기 그지없었지.
 그러나 아무 대꾸도 없이 노만 저으며 강을 건너가자 선비가 입맛을 쩍쩍 다시며 다시 한 번 "어허, 좋구나. 처녀 뱃사공의 배 위에 올라타니 참 좋구나. 배 위에서 배를 타면 얼마나 좋을꼬." 하더래. 마침내 배가 뭍에 당도해 선비가 내리자 아무 말도 하지 않던 처녀가 "좋구나. 뱃속에서 그렇게 속을 썩이더니 뱃속에서 나가니 참 좋구나." 하고 선비의 등에 대고 이러 한 마디 하더래. (자료제공 ; 강릉민속문화연구소)
 
 앞 장에서 김병연 얘기를 했는데, 기왕에 몇 개 더 해 보자. 그럴 이유는 김삿갓 이야기 자체가 뭔가 가치 있게 느껴지지 않는가. 그렇기도 하고, 마침 이번 성 희롱 육담과 매우 흡사한 이야기가 김삿갓 육담에도 발견되기 때문이다. 이런 이야기다.
 "김삿갓이 배를 타고 안동의 앞을 흐르는 낙동강을 건너고 있을 때이다. 그 때 마침 노를 젓는 이는 처녀 뱃사공이었다. 삿갓이 한가로이 건너다가 심심하여 객기를 부렸다. 그가 처녀를 보고 '아이고, 내 마누라야.' 하고 불렀다. 그러자 처녀가 정색을 하면서 말했다. '왜 나를 마누라라고 합니까?' '내가 그대의 배를 탔으니까 내 마누라지.' 이 때 배가 나루터에 닿고 삿갓이 배에서 내리자 처녀가 삿갓에게 외쳤다. '야, 내 아들아!' '왜 내가 너의 아들이냐?' '내 배에서 나갔으니 내 아들이지.' 김삿갓은 아무 말도 못하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치듯 발걸음을 재촉하였다."
 영월군에 돌아다니는 김삿갓 관련 설화다. 문화 게릴라 김병연을 대상 삼은 설화가 대체로 김삿갓의 완벽한 승리로 끝나는 것에 비해 이 이야기는 낭패 당하는 것인데, 그러해도 나름대로 김삿갓의 인간적 풍모를 엿볼 수 있는 설화다.
 김병연의 반항적 풍모를 두루 이야기해도 좋겠지만 이 글의 주제가 육담이라 계속 같은 방향으로 설해 보자. 아니, 잠깐. 그렇더라도 김립의 성격과 관련한 다음 일화는 들어두는 게 좋을 것 같다. 우전(雨田) 장현덕(張顯德)이 김병연의 특사(特赦) 운동을 위해 시회(詩會)를 열었는데, 이 자리에 참석한 병연은 다른 선비들의 거드름에 심통이 났다. 그래서 일부러 두 다리를 내뻗고 방에 누웠다. 김립의 의외의 행동에 고관들의 얼굴이 푸르락검으락하더니 마침내 한 자가 트집을 잡기 시작했다. "여보, 점잖은 좌석에서 다리를 뻗는 법이 어디 있소." "하, 내가 먼 길을 걸어와 다리가 좀 아프오." "그러나 발꼬린내가 나서 어디 견딜 수가 있소!" 이 말에 김립은 가가대소하며 "백성을 다스리는 사람은 이런 냄새를 더러 맡아보아야 하오. 좋은 냄새요, 황금 냄새요!"라 했다.
 이런 성격의 김병연이 잘난 체하는 양반에게 문안 편지를 썼다. "엄동설한이 내조지(來早至)하였습니다. 개존물(皆尊物)께서는 그간 무고하신지 일찍 내불알(來不謁)하여 죄송천만입니다." "엄동 설한이 일찍 찾아 왔는데, 일찍이 여러 어른들을 찾아뵙지 못해 죄송합니다."라는 뜻이다. 비꼬는데 이렇게 능하지만 병연은 그러나 반격도 당한다.
 어느 상인이 김삿갓을 보고 자기 사위가 돼 달래서 삿갓은 그의 딸과 첫날밤을 보내게 됐는데, 신부의 배에 올라타 그것에 처억 삽입을 했더니 그게 아니더라나. 그래서 시 한 구절을 읊는다. "모심내활(毛深內闊)하니, 필유 과인지적(必有過人之迹)이라." "털이 깊고 안이 넓으니, 반드시 사람 지나간 자취가 있단 말이야."란 뜻이다. 그러자 신부가 대답한다. "지변양유(池邊楊柳)는 불우습(不雨濕)이요, 추원황률(秋園黃栗)은 불봉개(不蜂開)입니다." "버드나무는 비가 안 와도 축축이 젖게 마련이고, 동산의 밤은 벌이 보지 않아도 벌어지게 돼 있습니다." 하는 얘기다.
 이 주장에 아무 반론을 펴지 못했으니, 김삿갓은 결국 페미니스트(여성존중주의자)가 되고 만 형국이다. 자연의 이치가 이러하거늘 이 현란한 섹스 과잉의 시대에 그대 사내들이여, 아직도 처녀성 따위를 따지려 드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