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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지 준다기에 닭 키워”… AI 부추긴 재개발

AziMong 2008. 5. 13. 06:59
“딱지 준다기에 닭 키워”… AI 부추긴 재개발
한겨레 김기태 기자 노현웅 기자 이종근 기자
» 송파구청 직원들과 용역업체 직원들이 12일 오전 서울 송파구 장지동 일대에서 소규모로 사육됐던 닭과 오리들을 중장비를 이용해 땅에 묻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SH공사 입주권 약속에 주민들 ‘너도나도’
송파구청은 ‘가축사육 불법’ 알고도 방관
살처분했다더니 산 오리 150마리 꽥꽥

서울 문정·장지지구 발생 왜?

서울 송파구의 문정·장지 지구에서 11일 발생한 조류 인플루엔자(AI)의 이면에는 지역의 재개발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있었다. 일부 주민들은 재개발에 따른 보상을 에스에이치공사로부터 부풀려서 받으려고 닭과 오리를 불법으로 사육했고, 송파구청은 이를 알고도 문제삼지 않았다. 이렇게 ‘묵인된 불법’ 속에서 조류 인플루엔자가 퍼져나갈 여지가 열려 있었다.

 ■ 재개발이 불법 사육 부추겼다 장지동에서 10년 이상 살았다는 이아무개(64)씨는 12일 “사람들이 닭과 오리를 키우면 상가 딱지가 나온다는 얘기를 듣고 너도나도 사육에 나섰다”고 말했다. 실제로 해당지역의 재개발 사업자인 에스에이치공사는 토지공사법 시행규칙에 따라 보통 재개발 지역의 축산업자에게 분양상가 입주권이나 약 16.5㎡ 가량의 상업용지 지분권을 줘 왔다.

 서울시가 최근 전수조사를 벌인 결과, 장지·문정지구에는 33곳의 사육농가가 닭과 오리 등 8천여마리를 기른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주민들이 택지개발을 앞두고 더 많은 보상금을 받으려 닭·오리를 대량으로 사들인 결과였다.

 이름을 밝히길 꺼리는 송파구의 한 직원은 “에스에이치공사가 분양상가 입주권 등을 약속하는 바람에 주민들이 닭과 오리를 사육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주영 에스에이치공사 보상팀장은 “문정·장지지구에서는 불법으로 사육하는 경우가 많아 명시적으로 상가 입주권 등을 약속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 서울 지역에서 조류 인플루엔자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12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장지동 한 비닐하우스 안에 방역요원들의 손이 닿지 않은 오리들이 아직 남아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 구청이 불법 사육 묵인? 문정·장지 지구의 한 주민은 “구청 직원들이 주민들이 닭·오리를 사육하는 것을 봤지만, 이를 불법이라고 이야기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송파구 의회의 ‘조례’를 보면, 송파구 전체 지역이 가축사육 제한구역이다. 따라서 이 지역에서 구청에 신고하지 않고 닭과 오리를 키운 주민들은 조례를 어긴 셈이다. 이에 대해 송파구 임일영 과장은 “보상을 두고 에스에이치공사와 주민들이 협의 중이어서 구청이 개입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12일 송파구청에 대해 “이 일대의 닭·오리 불법 사육에 대한 관리를 소홀히했다”며 감사에 착수했다.



 ■ 손발 안 맞는 도살처분 서울시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 “오전 11시 서울 전지역의 닭·오리 등 가금류를 모두 처분하고 매몰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장지동의 한 비닐하우스에서는 오리 150여마리가 방치돼 있다가 오후 2시가 넘어서야 구청 직원에 의해 살처분 작업이 시작됐다. 더욱이 길 하나를 사이에 둔 성남시 쪽의 닭들은 닭장 안에서 한가롭게 거닐고 있었다. 도시지역에서는 조류 인플루엔자 발생지점으로부터 500미터 이내에 있는 가금류를 살처분해야 한다.

살처분에 참여한 송파구의 한 관계자는 “밤 사이에 넓은 지역을 돌며 살처분했으며, 아직 남은 닭과 오리 등에 대해서 12일 오후에도 추가 조처하고 있다”며 “우리는 송파 지역의 가금류만 처분할 뿐”이라고 답했다. 성남시의 정점덕 팀장은 “살처분 여부를 두고 경기도와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