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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이 일반화된 사회..."학교 왜 다녀?"

AziMong 2008. 10. 25. 18:39

사교육이 일반화된 사회..."학교 왜 다녀?"

오마이뉴스 | 기사입력 2008.10.25 12:15



[[오마이뉴스 정미소 기자]"학생들이 사교육에 찌들어 있는 모습을 보이고 싶었다."
고유미(19) 감독은 제8회 퍼블릭액세스 시민영상제 에서 오는 26일(일) 상영될 예정인 드라마 < 거울 > 을 한마디로 표현했다. < 거울 > 은 학생들이 학원 교육인 사교육에 내몰리는 현실을 그린 드라마다.

드라마이지만 내용이 현실적으로 느껴지는 건, 작품을 기획·제작한 감독이 고등학교 3학년 수험생이기 때문이다. 사교육에 내몰려진 자신의 입장을, 친구들의 입장을 카메라 안에 고스란히 옮겨 놓은 것이다.

"학원이 제2의 학교인 현실"



드라마 < 거울 > 의 한 장면. 학원을 다니기 싫다고 말하는 혜림(오른쪽)에게 엄마를 잘 설득해보라고 말하는 혜지(왼쪽).

ⓒ 민주언론시민연합
고 감독을 만난 건 지난 21일, 수능이 24일 남은 날이었다. 학교 수업이 끝나면 학원으로 곧장 향하는 다른 고3 친구들과 달리 그녀는 학원을 다니지 않는다. 학원을 다니게 되면 오히려 학원에 의지하여 공부하게 되고, 한 것도 없이 돈 낭비한다는 것이다.

"학원을 다니지 않으면 '공부 안하는 아이'라는 선입견을 가진다. 자신이 스스로 공부해야지, 옆에서 공부하라고 강요해도 자신이 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그녀가 학원을 다니지 않는다고 말하면, 어른들뿐만 아니라 친구들에게서도 "너 공부 안 해?"라는 질문을 받는다고. 그럴 때마다 당황스럽다는 그녀는 "고3이면 학원을 다녀야 하는 게 당연한 듯이 일반화되어 있다"고 말했다.

학원 다니는 게 일반화되어 있는 만큼 학교에서 잠자는 것 또한 일상이 되어 버렸다. 학교 선생님들도 해가 갈수록 자는 학생들이 늘어난다고 이야기하지만, 정작 자고 있는 학생들에게 일어나라고 한다거나 꾸짖지 않는다고 한다.

"한 반에 학원을 다니지 않는 학생은 10여명에 불과하다. 학원이 제2의 학교인 현실이다. 오히려 학원이 학교인 셈. 학원을 위해서 학교를 다니는 분위기가 되고 있다. 잘못되어 가고 있다." 학교 수업 시간에 자고 있는 친구들을 보면 '학교를 왜 다녀'라고 묻고 싶었다는 그녀. 그 물음은 우리나라 교육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기도 하다. 그녀는 사교육 현실을 영화로 만들어서 그만큼 공교육의 중요성이 줄어들고 있음을 보여주려고 한 것이다.

학교에서만 열심히 하라던 선생님...자기 자식에게는 "학원 가!"



드라마 < 거울 > 의 고유미 감독.
ⓒ 정미소
또한 그녀는 '거울'을 통해서 인간의 이중성을 말하고자 했다. 거울을 보면 나와 똑같은 형체가 있지만, 그 형체는 내 안의 또 다른 '나'임을 나타내고 싶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누구의 이중성을 드러내려 한 것일까?

바로 선생님이다. 수업 중에 "학교에서만 열심히 하면 된다"고 말하는 선생님들을 보면서 '그럼 선생님 자식들은 학원에 다니지 않을까? 다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는 그녀.

"공교육의 가장 기본적인 주체 중 하나는 선생님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선생님이 자기 자식들에게 사교육을 시킨다는 것이 꽤 충격적이라고 생각했다." 즉, 겉으로는 공교육이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정작 자신의 자식들에게는 사교육을 강요하는 이중적인 면을 표현하고 싶었다는 것이다.

그녀는 "영화 끝 부분에서 제자와 선생님이 마주치는 장면이 있는데, 사교육을 강요한 사실에 대해 선생님이 오히려 떳떳해하며 '나는 찔리는 거 없다'는 거만한 표정을 짓는 것으로 마무리하려고 했다"며 "그러나 이런 장면 없이도 선생님의 이중적인 면을 드러낼 수 있을 것 같아, 마주치는 것으로 마무리했다"고 결말에 대한 아쉬움을 내비치기도 했다.

균등한 교육 환경에서 공부하게 해주세요!

그녀는 사교육뿐만 아니라 일제고사, 고교선택제 등과 같은 교육제도에 대해서도 부정적이었다. 그녀는 "학교별로 성적이 나오면 서열화 시키겠다는 것 아니냐"며 "서열화에 의해 수준이 낮은 학교에 간 학생들은 자신감을 잃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공부 잘하는 학생들만 미뤄주고 못하는 학생들은 추락시키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지금 학교에서 수시 결과 발표가 한창이다. 어디서는 웃고, 어디서든 운다. 이런 상황에서도 붙었냐고 물어보는 걸 보면 경쟁은 계속 되는 걸 느낀다." 그녀는 우리나라 교육을 '경쟁 위주의 교육'이라고 평가했다. 그리고 "경쟁 위주의 교육은 성적으로 학생을 차별 짓고, 상대적으로 성적이 낮은 학생들의 의욕을 저하시킨다"며 "사교육을 바탕으로 한 경쟁 위주의 교육이 아니라 균등한 교육 환경에서 자신의 실력을 체크하면서 공부하는 교육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초청작 < 희망, 그것은... > 염찬희 감독 인터뷰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주최하는 제8회 퍼블릭액세스 시민영상제에서 25일(토) 초청작으로 상영될 예정인 다큐 < 희망, 그것은... > 은 2008년 미국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가 열렸던 장소를 찾아다니며 당시 만났던 사람들과의 에피소드를 풀어내고 있다.

이 다큐를 기획·제작한 염찬희(영상제 심사위원장·영화평론가) 감독에게 촛불집회는 어떤 기억으로 남겨져 있을까? 지난 21일 그녀와 함께 촛불집회 때의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다큐 < 희망, 그것은... > 의 염찬희 감독.
ⓒ 정미소
- 촛불집회에 대한 기억을 영상으로 담은 이유가 무엇인가.
"집단적으로 기억되고 있는 촛불집회를 개인의 기억으로써 다시 생각해보고 싶었다. 그리고 촛불집회에 배후가 있다고 하는데, 촛불집회에 참가했던 것이 개인적인 의지로 참가했다는 것을 영상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다."

- 작품 제목에서 '희망'은 무엇을 뜻하는가.

"촛불집회 때 청계광장에서 중학생 또래의 여자 아이를 만난 적이 있다. 그 아이를 보면서 '이 아이가 진짜 희망이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누가 시켜서 그 자리에 있었던 것도 아니고, 촛불집회에 시간을 할애한다는 것 자체가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 작품을 통해 말하고자 했던 것이 무엇인가.

"촛불집회를 통해서 낯선 사람들을 만나게 됐고, 그들이 갖고 있는 생각들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느끼게 됐다. 개인적으로 나의 의사를 표현하려고 나간 집회였지만 낯선 사람들과 만나면서 희망을 느낄 수, 꿈꿀 수 있었음을 말하고 싶었다."

- 작품 속 에피소드 이외에 에피소드가 있다면.

"일명 '명박산성'이라고 하는 전경 버스 너머로 종이비행기를 접어서 넘기기로 한 적이 있다. 그런데 20대들은 종이비행기를 접을 줄 모르더라. 시위대 구석에서 50여개 정도의 종이비행기를 날렸던 기억이 있다. 또 촛불집회 100일째 때, 사복 경찰을 풀었다고 해서 뒤도 안 돌아보고 도망쳤던 기억이 난다. 도망치던 도중 KBS 앞에서 촛불집회 할 때 만났던 한 남성을 만나 '또 왔냐'며 인사했던 기억도 있다."

- 촛불집회에 참가했던 인터넷 카페 '유모차 부대' '예비군 부대' '촛불자동차연합' 등의 회원들이 불법집회를 주도했다는 이유로 표적수사를 받았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아줌마라는 생각으로 다큐를 기획했었다. 급식을 먹는 아이들의 엄마로써는 걱정이 되는 건 당연하다. 광우병 우려가 있는 미국산 쇠고기가 언제 내 아이들 입으로 들어갈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의사표현을 진압하고 구속하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촛불집회가 수그러들었다고 해서 정부가 승리했다고 이야기할 게 아니다.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면 이들의 힘은 다양한 방법으로 표출될 것이라고 본다. 양적으로 뭔가를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소규모로 의사를 표현하는 방법도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