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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를 끝까지 지켜준 장자연 문건 수사발표

AziMong 2009. 4. 26. 20:28

A씨를 끝까지 지켜준 장자연 문건 수사발표

분류없음 2009/04/24 12:25 유창선

유력 신문사 대표 A씨는 끝내 실체를 드러내지 않았다. 고 장자연 씨 자살사건에 대한 경찰의 중간 수사결과 발표가 오늘 있었지만, 경찰은 끝까지 A씨를 지켜주었다. “지휘고하를 막론하고 철저히 수사하겠다”던 경찰의 말은 결국 허풍으로 끝난 것이다.


경찰은 수사대상자 가운데 모두 9명을 입건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그 가운데 5명은 전 대표 김 모씨가 체포될 때까지 수사가 중지되는 참고인 중지 결정이 내려졌고, 여기에 김 모씨와 문건을 공개한 유장호 씨를 제외하면 결국 감독 1명과 금융인 1명, 모두 2명의 강요죄 공범 혐의를 밝히는 데 그친 셈이다. ‘태산명동에 서일필’이라는 말은 이럴 때 쓰라고 있나 보다.


특히 장자연 씨 유족들이 성상납 의혹과 관련하여 고소해서 국민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유력 언론인들은 입건 대상에서 빠졌다. 물론 제대로 수사를 했는데 아무런 범죄혐의가 없었다면 무혐의 처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문제는 과연 경찰이 이들에 대해 제대로 수사를 했는지를 알 길이 없다는 사실이다.


사진= 오마이뉴스 남소연

오늘도 경찰은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끝까지 ‘A씨’라고 호칭하였다. 기자들도 ’A씨‘라고 부르며 질문을 했다. 그가 누구인지 세상이 다 아는 마당에, 경찰 브리핑에서까지 또 한번의 블랙 코미디가 연출된 것이다.

까짓것, A씨라고 해도 좋다. 어차피 누구인지 말고 있으니. 조사만 제대로 했다면 말이다. 그런데 그 것이 영 미심쩍다.

경찰은 A씨를 불기소 무혐의 처분한 이유를 밝혔다. 그에 이어진 기자들과의 문답은 이랬다.

문) 언론사 관계자 수사는 언제 했나.
답) 확인해 줄 수 없다.


문) 어떻게 조사했나.
답)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본인이 원하는 곳에서 했다.



도대체 조사한 자세한 내용은 고사하고, 조사를 언제 어디서 했는지가 무슨 대단한 비밀이라고 그것조차 말못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경찰이 이런 식이니 기자들의 질문은 ‘A씨’ 조사 문제로 집중되었지만, 무엇 하나 속시원한 대답이 나오는 것이 없었다.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어 있던 사안이라면 경찰은 최소한 어떤 어떤 내용을 조사했는데, 어떻게 답변을 했고, 그래서 경찰은 이러이러하게 판단했다, 남는 문제는 있다 아니면 없다. 최소한 그런 정도의 설명은 하는 것이 의무였다.


경찰은 A씨에 대한 무혐의 처분 이유로 1년간 통화내역 조회 결과와 알리바이 입증을 들었다. 그러나 그것에서 아무 문제가 없었다 해도, 그것만으로 무혐의를 단정하는 것은 무리라는 반론도 가능하다.


장자연 문건에 A씨가 거명된 사실 자체를 무조건 터무니없다고 예단할 것이 아니라면, 경찰로서는 다른 상황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철저히 수사하는 모습을 보였어야 했다. 그리고 나서도 아무 문제가 없으면 그때는 A씨가 억울했다고 결론내릴 수 있는 것이고 국민들도 납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경찰은 그러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도대체 대한민국 경찰과 검찰이 언제부터 피의사실 공표죄를 그렇게 무서워했다고 수사기간 내내  A씨 얘기만 나오면 말을 그토록 아꼈는지.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를 봐라. 매일같이 피의사실을 브리핑하면서 공표하고 있지 않은가.


A씨 조사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지자 브리핑을 맡았던 경기지방경찰청 이명균 강력계장이 호소했다. “A씨 얘기 그만합시다.”


아마 경찰은 A씨 얘기를 그만 할 것 같다. 말로는 수사가 끝나는 것은 아니고, 김 모씨가 체포되면 계속된다고 하지만, 그 말을 믿는 사람은 없다.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장자연 문건 수사는 이렇게 끝난 셈이다. A씨 측의 서슬퍼런 위세에 눌려 눈치만 본 꼴이 된 경찰. 정말로 조사받고 국민의 처분을 받아야 할 사람들은 대한민국 경찰이 되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