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이정환 전 증권거래소 이사장 ‘작심 발언’
지난 13일 한국거래소의 공공기관 지정 해제를 요구하며 갑자기 사퇴한 이정환(55·사진) 전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이명박 정부 출범 뒤 온갖 사퇴 압력에 시달렸음을 폭로했다.
이 전 이사장은 16일 거래소 직원들한테 ‘퇴임의 변’이라는 제목의 전자우편을 보내 “직간접적 사퇴 압력을 많이 받았다”며 “검찰 압수수색 수사와 감사기관의 압박도 받았고, 금융정책 당국의 집요한 협박과 주변 압박도 받았다. 이 과정에는 평소에 존경하고 좋아하던 선후배까지 동원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증권 관련 단체와 사외이사, 직장 내부의 몇몇 인사들까지 회유했고, 부하로 데리고 함께 근무하면서 매일 접촉하는 사람들을 흔들었다”며 “개인을 쫓아내기 위해 제도와 원칙을 바꿨다”고 덧붙였다.
이 전 이사장은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해 3월 공모 절차를 거쳐 통합거래소 2기 이사장 후보로 선임된 뒤부터 줄곧 사퇴 압력에 시달려왔다. 금융가에선 당시 정부가 대통령 측근 인사였던 ㅇ씨를 이사장에 앉히려 했다가 거래소 노조와 이사장후보추천위원회 등의 반발로 무산되는 바람에 보복을 시작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이 전 이사장이 버티자 정부는 금융감독원 감사를 통해 거래소의 골프 접대비 과다 지출을 문제 삼아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고, 검찰은 지난해 5월 거래소를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배임·횡령 및 납품 비리 등을 의심하며 수사했으나 8월에 무혐의로 수사를 끝냈다. 이어 감사원이 거래소를 감사한 뒤 기획재정부에 거래소를 공공기관으로 지정하라고 권고했고, 재정부는 올해 1월 거래소를 공공기관으로 지정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거래소가 공공기관인 곳은 한국과 슬로바키아뿐이다. 이 전 이사장은 자신이 사퇴하지 않아 공공기관으로 지정됐다고 판단하고 지난 3월 취임 1돌 기자간담회에서 “공공기관 지정을 해제하면 사퇴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전 이사장은 전자우편에서 “배신, 하극상, 배은망덕 등의 반윤리적인 일들까지 봤고 기회주의자, 영혼도 능력도 없는 출세주의자, 때때마다 줄을 바꿔 탄 처세주의자 등 수많은 좀비들과 원칙도 철학도 없이 그냥 자신과 맞지 않는다며 덫을 놓고 집요하게 따라다니면서 괴롭히는 스토커도 목도했다”며 사퇴를 종용한 이들을 거세게 비판한 뒤 “부스러기라도 던져주면 감읍하는 좀비들은 일시적으로 득세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머지않아 사멸한다”고 가시 돋친 경고를 했다.
경남 합천 출신인 이 전 이사장은 행정고시 17회로 공직에 발을 들여놓은 뒤 국세심판원 심판관, 옛 재정경제부 국고국장과 공보관, 국무총리실 정책상황실장 등을 거쳐 2005년 경영지원본부장으로 통합 거래소와 인연을 맺었다.
느낌있는 뿌리깊은 이야기
“선후배까지 동원 사퇴압박…좀비들의 득세는 길지않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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