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있는 뿌리깊은 이야기
연아는 이런아이죠 본문
연아의 추억①] 연아는 이런아이죠
스무살 연아의 성장사
유난히 겨울을 좋아했던 아이. 하얗게 내리는 눈이 좋아 동시를 쓰고, 그날의 추억을 일기로 적어 놓았던 ‘겨울 소녀’ 김연아가 이제는 진정한 ‘겨울 여왕’이 됐다. 지금은 ‘대인배 김슨생(대인배는 사전에는 없지만 소인배의 반대말로 쓰이는 유행어. 김슨생은 김 선생의 인터넷식 표현)’이라 불리지만 어려서는 내성적이고 수줍음이 많던 아이였다.
본지가 입수한 김연아의 초등학교 1학년, 6학년 시절 학급 문집에는 피겨 스케이팅을 시작한 뒤 국가대표 선수가 되고자 했던 천진난만한 7살 소녀의 꿈, 슬럼프를 겪으며 포기의 문턱에서 다시 꿈을 되찾게 된 사춘기 소녀의 모습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앞으로 4회에 걸쳐 김연아의 글과 김연아와 관련된 주변 사람의 글을 연재한다. 원문의 맛을 살리기 위해 오탈자도 그대로 두었다.
이정찬 [jaycee@joongang.co.kr]
▶1학년 때 쓴 글
토요일날 우리 가족은 올림픽 공원에 가서 아이스 쇼를 보았다. 그것은 알라딘 이었다. 아이스 쇼는 1부 2부가 있었다.
눈이 나빠 안 보일줄 알았는데 안경을 쓰고 가서 다행이었다. 아이스 쇼를 보고 나서 나도 스케이트를 열심히 타서 국가 선수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했다.
▶전기를 아끼자(1학년 1반 39번 김연아)
1997년 12월 30일에 나는 전기를 아껴야겠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지금 IMF 시대에 전기를 안 아길수가 없다. 나는 스텐트 코드를 아겼다.
스텐드를 쓸때만 코드를 끼고 안 쓸때 안끼고 그렸게 했다.
내가 엄마에게 말씀 드렸던이 잘했다고 말씀하셨다. 나는 다른건없을까 생각했다. 생각!생각!생각을 해보아도 없었다. 나는 이거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나는 이겨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이제부터 전기를 꼭 악겨야겠다. 경제를 꼭 살립시다!
▶1학년 때 쓴 동시
하얀눈이 펑펑 오네
하얀 눈/펑펑 내리는 하얀눈
지붕 위에 펑펑이 눈/나무에도 펑펑이 눈
온 식구가 펑펑 내리는/하얀눈 속에 /잠들어 있는/하얀 펑펑이 눈
▶김연아의 어머니 박미희씨가 담임 선생님께 써 보낸 편지
선생님 안녕하셨어요. 우선 죄송하단 말씀부터 드려야할 것 같네요. 바쁘다는 핑계로 학급일에 전혀 도움을 못 드렸으니 말이에요.
큰애가 5학년이지만 해마다 각 담임선생님에 대한 기대감이랄까 부모로서의 관심때문인지 학교에서의 생활과 선생님에 대한 것을 아이에게 많이 묻게 되는데 연아의 두서없는 이야기 속에서도 왠지 뿌듯한 웃음을 짓게 됩니다. 이분이야말로 참 선생님이시구나!하는 감동을 갖게 하니 말입니다.
한번은 연아가 준비물로 나무젓가락을 가져가야 하는데 한번 썼던 것을 쓰레기통을 주워 씻어주면서 어쩐지 엄마의 부끄러운 부분을 들킨 것 같단 생각을 했습니다.
'쓰레기 재활용'이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는 잘 몰라도 선생님 말씀을 잘 들었다고 스티커를 받았다며 좋아하는 연아를 보며 '정말 좋은 선생님을 만났구나'하고 생각했습니다. 우스운 얘기지만 그후에 또 나무젓가락을 가져갈 일이 있었는데 연아는 꼭 쓰던 것을 가져가야 스티커를 받는다며 새것을 일부러 음식에 묻혀 헌 것을 만들어 가져갔답니다. 교육의 효과란 그렇게 큰가 봅니다. 아이들이 왜 그래야하는지를 몸으로 느끼고 습관화하는 첫걸음이니까요.
그밖에도 왠만한 준비물은 문방구에서 사오는 일이 없게 직접 제작하는 정성도 보여주시고 부지런하고 검약하는 주부로서의 모습도 글을 통해 뵙게 되었습니다.
몸소 실천하는 교육을 보여주시는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김연아 엄마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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