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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20 이것만은 고치자 > ③혈세 먹는 껌딱지

AziMong 2010. 4. 6. 20:59
< G20 이것만은 고치자 > ③혈세 먹는 껌딱지

서울시내 거리에 버려진 껌들

미화원들 "달라붙은 껌딱지 너무 힘들어요"
시민부담 증가에 서울시 급기야 `과태료 카드'

(서울=연합뉴스) 시청팀 = 서울 종로구청은 최근 환경미화원과 기간제 근로자 등 20명으로 '무단투기 단속 전담반'을 편성했다. G20(주요 20개국) 회의를 앞두고 별도 인력을 편성한 것이다.

   이들은 거리를 돌아다니며 담배꽁초를 버리는 행위를 단속하고 끌칼로 보도블록이나 배수로 주변 등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껌딱지를 긁어내는 일을 한다.

   구청 청소행정과 전종대(50) 반장은 "보통 일주일에 두 번 정도 거리에 나가 쓰레기 무단투기 근절 홍보활동을 하면서 껌을 제거한다"며 "껌을 종이에 싸서 버리면 그나마 나을텐데 그냥 뱉어내 바닥에 달라붙으면 제거하기가 너무 힘들다"고 하소연 했다.

   시민이 무심코 버린 껌은 노면에 시커멓게 달라붙어 도시 미관을 해치고 빗물받이 등에 들어가 하수와 섞이는 것은 물론 종로구처럼 인건비 부담을 늘려 예산을 낭비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대규모 국제행사를 앞두고 다급해진 서울시와 자치구들은 하반기부터 껌 뱉기를 집중 단속하고자 관련 조례와 규칙 개정에 나섰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성숙한 시민의식 확립뿐이라고 입을 모은다.

   ◇"껌딱지 떼어내기, 여간 힘든 게 아녜요" = 25일 오전 7시30분께 종로2가 귀금속도매상가 앞 인도에는 한 무리의 사람이 쭈그리고 앉아 끌칼로 노면에 붙은 껌을 떼고 있었다.

   이들은 서울시가 G20 개최를 앞두고 25개 자치구와 함께 시내 곳곳에서 벌인 봄맞이 대청소 활동에 참여한 공무원과 자원봉사자들이다.

   참가자들은 앉았다 일어서기를 반복하거나 오리걸음으로 자리를 옮겨가며 힘겹게 껌을 떼어내느라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한 행사 참가자는 "껌 제거 작업은 일반적인 청소와 달리 일일이 쭈그리고 앉아 직접 손으로 해야 하고 작업 도중에도 보행자를 신경 써야 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이렇듯 누군가 무심코 뱉은 껌은 치우는 사람에겐 힘겨운 육체노동으로 돌아온다.

   보통 거리에 버려진 껌은 구청에 소속된 가로 담당 환경미화원들이 맡아 비정기적으로 제거한다.

   면적이 넓은 강남구에서는 간선도로에 70명, 이면도로에 100명 등 미화원 170명이 껌 제거 작업을 하다. 유동인구가 많은 중구는 102명이 껌 제거에 나서며 다른 구청도 대부분 수십명의 미화원이 전담해서 치운다.

   강북구 환경미화원 박성균(40)씨는 "겨울에는 껌이 돌처럼 딱딱해져 잘 떨어지지 않는다. 어떤 때는 껌 하나 떼어내는 데 10분 이상 걸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겨울도 고통이지만 껌 제거는 여름에도 보통 힘이 드는 게 아니라고 한다.

   도봉구 건설관리과 함범수(49) 팀장은 "여름에는 도로가 열을 받아 껌이 쭉쭉 늘어지는 데다 끌칼을 대면 끈적끈적하게 달라붙어 찬물을 부으며 작업을 해도 별 효과가 없다"고 실상을 전했다.

   ◇제거 비용도 `껌값 아니다' = 사람이 길거리에 뱉어버리는 껌은 개당 100원 남짓이지만 이런 껌딱지를 제거하는 데 서울시와 각 자치구는 적지않은 예산을 투입한다.

   이런 예산은 모두 시민이 내는 세금이 재원이란 점에서 몰지각한 몇 사람이 뱉어버린 껌을 시민 전체가 호주머니를 털어 제거하는 셈이다.
3월 말 현재 서울 시내 25개 자치구에서 작업 중인 미화원은 3천112명이다.

   이들의 평균 연봉이 10년차를 기준으로 3천800만원 선이라고 했을 때 1년에 미화원 운영 비용으로 1천182억5천600만원이 들어간다는 계산이 나온다.

   물론 미화원의 업무는 가로 청소 외에 쓰레기 수거 등 다른 일도 많다는 점을 고려해도 사람들이 무심코 버린 껌딱지를 제거하는 데 상당한 돈이 소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도로 청소에 미화원 외에 시청과 구청 공무원, 자원봉사자들도 수시로 일품을 판다는 점을 고려하면 거리 청소에 들어가는 비용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는 게 서울시 관계자의 설명이다.

   ◇하반기부터 단속…"시민계도 우선" = 급기야 서울시는 강제적인 과태료 카드를 꺼내 들었다.

   껌을 뱉는 행위를 단속해 3만∼5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고자 폐기물관리 조례와 규칙 개정 작업에 착수한 것.

   김재민 서울시 클린도시담당관은 "상반기에 시행규칙 개정을 추진하는 동시에 시민 홍보에 집중하고 하반기부터는 담배꽁초 등 무단투기 단속반을 투입해 껌을 뱉는 행위를 집중단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2007년부터 담배꽁초 불법투기를 단속해 왔는데 하반기부터는 껌 뱉는 행위도 단속 대상이 되는 셈이다.

   그동안 서울시의 담배꽁초 등 길거리 무단투기 단속 건수는 2007년 20만1천247건에서 2008년 22만7천222건, 작년 26만8천695건 등으로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서울시가 쓰레기 무단 투기 단속을 강화한 결과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시민들의 기초질서 의식이 그만큼 옅어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시내에 쓰레기통이 부족해서 길거리 쓰레기 문제를 악화시킨다는 주장도 있지만, 서울시가 꾸준히 주요 도로에 쓰레기통 설치를 늘리고 있다는 점에서 다소 설득력이 떨어진다.

   서울시가 담배꽁초 단속을 시작한 2007년에는 시내에 쓰레기통이 3천600개 수준이었으나 단속과 함께 쓰레기통을 꾸준히 늘려 현재 5천85개가 거리에 배치돼 있다. 올해도 총 681개의 쓰레기통이 새로 설치된다.

   쓰레기통이 늘어나지만 길거리에 쓰레기를 버리는 시민도 함께 증가하는 셈이다.
이런 점에서 단속이나 쓰레기통 설치보다 시민의식을 높일 수 있는 대책을 먼저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계도 방법을 과거의 획일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좀 더 세련된 형식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문도 따른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캠페인 문구를 보면 '잔디밭에 들어가지 마시오' 식의 강압적인 문구가 변하지 않는다. 질서 위반이 나쁘다는 사실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시민을 설득하고 동의를 구하는 방법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껌을 바닥에 뱉지 마시오'라는 일편적인 문구보다는 시민이 껌을 버린 행위로 인해 몇 사람이 얼마 동안 떼어내야 하고 비용은 얼마가 드는지 등의 정보를 상세히 전달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껌을 파는 제과업계도 잘못된 껌 소비문화를 바로잡는 데 동참해 기업의 사회적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실제 롯데제과는 과거 벌였던 길거리 껌 제거 캠페인을 부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안성근 롯데제과 홍보과장은 "3년 전까지는 전 직원이 1년에 두세 차례씩 명동, 영등포 등 번화가에서 직접 껌을 떼어내는 캠페인을 벌였는데 이를 재개하는 방안을 논의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