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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20 이것만은 고치자 > ④ 금연구역 `난 몰라' 본문
서울 종로의 한 버스정류장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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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정류장ㆍ길거리서 버젓이 흡연
(서울=연합뉴스) 사건팀 = 한국의 수도 서울에서는 금연구역이나 금연권장 구역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을 쉽게 볼 수 있다.
금연 지역이 꾸준히 늘고 흡연 기피 분위기도 형성됐지만 '나 혼자만 피우면 괜찮겠지'하는 생각에 버스정류장과 건널목, 인도 등에서 담배를 피워 남에게 간접흡연 피해를 주는 일이 다반사다.
담배꽁초나 담배 비닐 포장, 아이스크림 포장지 등 쓰레기를 정류장, 건널목 등에 슬그머니 버리는 얌체 심리 때문에 새벽에 환경미화원들이 청소한 거리는 금세 지저분해지기 일쑤다.
경찰이 국민건강진흥법에서 정한 금연 구역에서 종종 흡연을 단속하지만, 관련 법규가 허술해 단속이 형식에 그치는 사례가 많아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 길바닥은 재떨이 = 지난 19일 밤 11시10분께 서대문구 신촌에서 흡연자들이 자주 찾는 현대백화점 뒤편. 삼삼오오 모여 담배를 피우던 마지막 일행이 떠난 자리에는 담배꽁초가 수북이 쌓여 있었다.
15m도 채 되지 않는 어두운 좁은 길 위에 누군가 마치 흰 성냥개비 통을 엎은 듯 백색 조각이 너부러져 있었던 것.
무려 60~70개 꽁초가 떨어져 있었으나 입구에 비치된 재떨이 말고는 조그만 간이 휴지통 하나 보이지 않았다.
꽁초뿐 아니라 담뱃갑이며 음료수 병, 아이스크림 포장지 등도 주변에 버려져 있어 행인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흡연자들이 길바닥을 재떨이이자 휴지통으로 삼는 결과다.
서대문경찰서 신촌지구대 소속 김모 경사는 "한 달에 15건 정도 적발하는 것 같다. 순찰하다 보면 지하철역에서 술 마시고 담배 피우는 사람들이 많다. 주로 20대 남성이고 학생들도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여러 사람이 한 장소에서 대기하는 버스정류장에서도 흡연자들은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지난 21일 새벽 0시20분께 송파구 신천역 4번 출구 주변의 버스정류장에서 20대 초반의 남성 2명이 도로변 안쪽에 있는 상가 계단에 걸터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이들은 기다리던 버스가 오자 담배를 그대로 바닥에 버린 채 탑승했다.
인근 버스정류장에서는 한 대학생이 버스를 타기 직전 담배꽁초를 바닥에 버리는 모습이 보였다.
학생을 따라 버스에 올라타 흡연 사실을 물었더니 "다른 사람들 피해를 안 주려고 일부러 뒤쪽에서 피웠다"고 말했다. 꽁초는 왜 버렸느냐고 묻자 "그러냐. 몰랐다"며 겸연쩍게 웃었을 뿐이었다.
길거리 흡연자들은 이처럼 아무런 죄의식도 느끼지 못한 채 담배연기를 뿜어내다가 꽁초를 노상에 버리지만 비흡연자들의 고통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버스정류장에서 만난 대학생 배정현(20)씨는 "버스 기다리면서 옆에서 누가 담배를 피우면 불쾌하다. 특히 냄새가 싫다. 흡연자들이 남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인식이 부족한 것 같다"고 꼬집었다.
◇ 경찰 금연구역 단속도 무시 = 경찰의 단속도 무시하듯 금연구역의 흡연 실태는 심각하다.
경찰에 따르면 지하철과 버스 등 금연장소에서 흡연 적발 건수는 2009년 488건으로 2008년(1천327건)보다 크게 줄었지만 2007년(374건), 2006년(385건)보다는 많았다.
지난해 역대합실 등에서 적발한 흡연 건수도 2만445건으로 2008년(10만3천426건)보다 적었지만 2006년~2007년 수준과 비슷했다. 지난해 역대합실 등에서 흡연하다 적발돼 즉결심판에 넘겨진 건수는 1천599건으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계도 차원에서 질서협조장을 발부한 건수도 지난해 지하철, 버스 등에서는 9천774건에 이르고, 역대합실 등은 3만5천877건에 달했다.
경찰이 단속해 범칙금을 물리거나 즉결심판에 넘기고 계도하는 것은 국민건강증진법상 금연구역에서 담배를 피우는 경우다.
국민건강진흥법에는 실내만 금연구역으로 정해 금연규정 위반 시 경범죄처벌법에 의한 범칙금을 부과하도록 할 뿐 실외에 대한 규정은 아예 없다.
이영자 한국금연운동협의회 기획실장은 "남을 배려하는 의식이 낮은 데다 준법정신의 결여가 합쳐진 결과다. 공중문화에 대한 새로운 논의와 각성할 수 있는 대대적인 캠페인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미국에서 온 영어 강사 매트(31)씨는 "버스정류장이나 건널목과 같은 공공장소에서 자주 눈에 띄는 흡연행위는 남에게 불쾌감을 준다. 미국인들은 거리에서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 공공장소의 흡연은 불법으로 돼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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