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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20 이것만은 고치자 > ⑤낙제점 글로벌에티켓

AziMong 2010. 4. 6. 21:06
< G20 이것만은 고치자 > ⑤낙제점 글로벌에티켓

"지하철 에티켓 지킵시다" (자료사진)

어깨 부딪혀도 사과않고 지하철선 먼저 타고내리기
당사자 서운케 하는 외국인 거부감…"문화충격 수준"

(서울=연합뉴스) 사건팀 =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를 유치할 정도로 한국의 경제력은 크게 성장했지만 한국인의 생활예절 수준은 여전히 글로벌 눈높이에 못 미친다.

   경제력은 선진국 문턱에 올라섰지만 외국인 눈에 비친 에티켓 실상은 여전히 중.후진국 수준이다. 정신문화의 발전속도가 기술문명을 따라잡지 못하는 일종의 `문화지체(Cultural Lag)'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실제로 길에서 어깨를 부딪히고도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없이 제 갈 길을 가고, 먼저 탄 사람이 다 내리기도 전에 앞다퉈 지하철이나 엘리베이터에 올라타는 것은 눈에 익은 모습이다.

   연합뉴스가 27~29일 국내 거주 외국인 10여명에게 한국인의 생활예절 실상을 물어보니 우리를 낮 부끄럽게 하는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한국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은 한 외국인은 한마디로 "문화충격이었다"고 요약했고, 한국에 정착한 지 상당기간이 지난 외국인은 "익숙해졌지만 지금도 이해할 수 없는 습관도 있다"고 답했다.

   ◇"한국 사람들 너무 쌀쌀해요" = 한국에 산 지 12년이 된 피에르 오구스트(42·프랑스인)씨는 처음 한국에 도착했을 때 한국인의 차가움에 놀랐다.

   모르는 사람은 아는 체를 하지 않는 정도를 넘어 존재 자체를 의식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어찌나 바쁜지 거리나 대중교통 안에서 신체 접촉이 있어도 제 갈 길만 서둘렀다. 미국이나 유럽이었다면 반드시 걸음을 멈추고 사과 한마디를 건넸을 법한 상황이었다.

   지하철 매표소의 직원들은 거스름돈을 던지다시피 했고 택시 기사에게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건넸지만 아무런 반응도 돌아오지 않았다.

   오구스트씨는 "세월이 흐르면서 이런 것에 익숙해졌다. 이제는 이런 행동에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단순한 문화차이라는 것을 이해한다. 하지만 처음 한국에 온 외국인의 눈에는 자신을 무시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1년1개월 전 한국에 온 고등학교 교사 앤서니 로베르티(28·미국)씨 역시 다른 사람을 밀치고 걸어가는 길거리 풍경에 문화충격을 받았다.

   로베르티씨는 "미국에서는 길거리에서 서로를 미는 일이 거의 없다. 그렇더라도 사과를 하는 편이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굉장히 심하게 부딪혔을 때 딱 두 번 사과를 받았다"고 했다.

   ◇"`미쿡'사람 하지 마세요" = 해외교류는 활발해졌지만 한국 사회에는 아직도 외국인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이 남아있다.

   한국생활에 익숙해지면 자신을 향한 배타적 태도를 눈치채고 서운함을 느낀다는 외국인이 한둘이 아니다.

   한국에서 산 지 1년6개월이 된 미국인 테렌스 베켓(24·대학원생)씨는 "나를 보고 `미쿡 사람이다'라고 얘기하는 경우가 있다. `미쿡사람'이 좋은 의미가 아니라는 것은 나도 안다. `미쿡'이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상당히 섭섭하다"고 말했다.

   베켓씨는 또 "한국 사람에게는 웃으면서 친절히 이야기하던 슈퍼마켓 점원이 내 차례가 되자 정색을 한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마치 내가 투명인간이 된 것 같았다"고 서운한 감정을 털어놨다.

   대학원생인 옌리(23·여·중국인)씨 눈에 비친 한국인은 대부분 머리 속에 `한국이 최고'라는 의식을 새겨넣은 듯했다.

   옌리씨는 "한우나 국산, 신토불이 등을 다른 나라에 비해 더 강조하는 것 같다"며 "지나친 애국심에 거부감을 느끼는 외국인도 있을 수 있다"고 꼬집었다.

   ◇"지하철에선 제발 다 내린 다음에 타세요" = 한국에 온 지 수년이 지난 외국인도 고개를 절레절레젓게 하는 것 중 하나가 지하철 예절이었다.

   3년째 한국에 살고 있다는 미국인 벤 핸콕(25)씨는 "출근할 때마다 지하철을 타지만 먼저 탄 사람이 다 내리기도 전에 열차에 올라타는 것은 아직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미국인 마이클 애론슨(26)씨에게도 한국 지하철은 이해할 수 없는 장소다. 조금만 기다리면 될 텐데 몇 초 더 일찍 내리겠다고 문쪽에 몰려있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것.

   애론슨씨는 "한 곳에 사람들이 몰려 있으면 서로 몸을 부딪혀야 하고 내리는 시간도 더 길어질 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지하철 이용도 방해한다"고 불평을 털어놨다.

   엘리베이터도 부끄러운 사정은 마찬가지다.

   영국인 칼 풀림(45)씨는 엘리베이터 얘기가 나오자 미간부터 찌푸렸다.

   "11층에서 내려야 하는데 내가 내리기도 전에 다른 사람들이 먼저 타는 바람에 1층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11층까지 올라간 일이 있다"고 불쾌했던 경험담을 털어놓았다.

   공공장소에서 `딱딱' 소리를 내며 껌을 씹거나 큰 소리로 휴대전화 통화를 하는 것, 길에 침을 뱉는 것도 외국인이 질색하는 우리네 생활습관이었다.

   ◇글로벌 에티켓 핵심은 `배려하는 마음' =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가 고도성장을 거쳤지만 아직 정신문화는 기술문명의 수준을 따라잡지 못하는 `문화지체' 현상을 보인다며 글로벌 에티켓 고양을 위한 교육과 캠페인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글로벌 에티켓 전파 운동을 펼치는 민병철(59) 건국대 국제학부 교수는 고도의 경제성장을 경험한 한국인은 아직 정신문화 면에서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민 교수는 "남을 위한 일을 하는 사람은 자연히 다른 사람의 호감을 산다"며 "남을 위하는 일이 곧 자신을 위하는 일이라는 것을 모르기 때문에 한국인의 생활예절 수준이 개선되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남을 위한 일이 곧 자신에게도 도움이 된다는 의식을 심어주면 생활예절도 자연히 개선될 것이라고 민 교수는 주장했다.

   특히 이번 G20 정상회의는 한국인의 생활예절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것.

   민 교수는 "1988년 서울올림픽을 통해 한국인의 질서의식과 생활예절이 한 단계 도약했듯이 G20 역시 생활예절 업그레이드의 결정적인 기회가 될 것"이라며 "대규모 캠페인을 벌여 한국인의 생활예절을 국제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