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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 셔틀? 난 일진에게 스타킹도 사다 바쳤다" 본문
"빵 셔틀? 난 일진에게 스타킹도 사다 바쳤다"
오마이뉴스 | 입력 2010.09.13 20:55 | 누가 봤을까? 10대 남성, 서울
[오마이뉴스 이주연 기자]
"싸움 잘하고 험악하게 생긴 애랑 짝이 된 거야. 그 애가 첨에 툭툭 시비 걸면서 때리더라고. 어느 날 수업 시간에 배가 고프다면서 '나중에 돈 줄 테니 빵하고 초코 우유 좀 사와'이러는 거야. 난 안 된다고 했는데, 무섭게 째려보면서 '좋은 말 할 때 사와' 이래서 수업시간에 선생님한테 화장실 간다고 뻥치고 사왔어."
힘이 약한 아이들이나 왕따를 당하는 아이들이 힘센 아이의 빵을 배달하는 일명 '빵 셔틀'을 경험한 아이의 말이다. 이러한 빵 셔틀을 당하는 피해자들이 '셔틀들만의 공간'이라는 자신들만의 커뮤니티를 만들어 "나의 빵 셔틀은…"이라며 속 얘기를 털어놓고 있다.
지난 5월에 생긴 커뮤니티에는 '빵 셔틀'은 물론 '우산 셔틀', '스타킹 셔틀' 등 수많은 경험담들이 올라와 있다. 여기서 '셔틀'은 PC게임 스타크래프트에서 병력 운반을 담당하는 수송선을 의미한다. 같은 반 친구가 게임 수송선으로 희화화 되는 학교 폭력의 한 단면이다.
"난 스타킹 셔틀도 해... 내가 어쩌다 이렇게 됐지"
이뿐만 아니라 '우산 셔틀', '스타킹 셔틀'에 대한 증언도 이어졌다.
"빵 셔틀이랑 학생증 빌려주는 셔틀 아니면 점심시간에 신발 갖다 주는 셔틀, 이거 세 개가 내 셔틀로 지정되었는데 오늘 하나 더 생겼어. 일진이 나한테 '비 올 때마다 우산 들고 와라, 아니면 우산 막대기로 맞는다'고 말하기에… 알았다고 했어."
"난 스타킹 셔틀도 해. 난 우리 반 일진들 스타킹 나갈 때가 제일 두려워. 하루에 한 번 이상 꼭 스타킹 자판기를 애용하지 ㅠㅠ 왜 돈은 천 원 밖에 안 주는데. 오늘 화장실에서 스타킹 갈아 신었는데 일진들 어떻게 알았는지 신은 지 1시간도 안 된 스타킹 뺏어갔어. 오늘 비도 와서 너무 추운데 지금 맨다리로 다니고 있어 너무 추워. 내가 어쩌다 이렇게 됐지…."
심지어 화장실 수발을 들어야 한다는 경험담도 올라왔다.
"우리 학교 일진 중에 한 X은 태어날 때 무슨 병으로 똥오줌을 못 가려, 근데 걔네 형이 학교 짱이라 형 빽으로 일진하는데. 이 XX가 오줌 싸면 이 XX가 반항하는 척하면서 수업 중에 '아 수업 X같네 OO야(내이름) 나가자' 이래. 그럼 난 가방 들고 따라 나가. 가방 안에는 이XX 간병 셔틀 할 물건이 들어 있는데 이 XX랑 화장실 똥 누는데 가서 수건에 물 적셔서 이XX 몸 닦고 속옷 갈아입히고 젖은 교복 갈아입혀. 내가 가방을 큰 걸 들고 다니는데 그 가방 안에는 교복 그 XX 사이즈로 2~3벌 정도 들고 다니고 팬티 3장, 수건 3장 그리고 향수. 얘가 똥오줌 못 가리는 건 친한 친구들하고 나밖에 몰라. 그래서 향수로 오줌 쌌다는 증거를 없애 나 이렇게 산다…."
"엄마가 나 셔틀인 거 눈치 챈 거 같아"
또 다른 피해자는 부모님이 알게 된 것을 걱정하며 글을 올렸다.
"엄마가 나 셔틀인 거 눈치 챈 거 같아. 수련회에 비싼 허리 띠 매고 갔다가 일진 거 싸구려랑 바꿔치기 당해서 집에 가고, 만날 용돈 타가고 해서 엄마가 걱정 많으셨는데…. 엄마가 사촌형한테 내 얘기를 하는 걸 들었어. 엄마가 'OO가 만날 좋은 물건 가지고 학교 가면 항상 잃어버리거나 딴 애들이랑 바꿔온다, 어떡하니. 저번에는 집 비밀번호도 알려줘서 가출한 친구가 집에서 샤워하고 있더라' 고 하시더라. 안방에서 문 잠그고 말하셨는데 난 들었어. 그 후로 사촌형 얼굴도 못 보겠어."
이 글에는 "어머니께서 정말 마음이 아프시겠네요, 빨리 대책을 찾아보세요"라는 위로를 담은 댓글이 여러 개 달렸다.
당하기만 하던 이들이 "더 이상 이렇게 살 수 없다"며 싸움을 배우겠다는 글도 올라왔다. 한 피해자는 "나이도 점점 먹고, 언제까지 이렇게 살 수 없잖아요. 킥복싱처럼 길거리 싸움에서 유용한 것 좀 알려주세요. 배우면 자신감도 붙고 싸울 때 안 쫄 수 있을까요?"라며 상담 글을 올렸다.
학생의 55% "빵 셔틀, 학교 폭력으로 생각하지 않아"
이처럼 학교에서 폭력이 일상적으로 발생함에 따라 청소년의 절반 이상이 빵 셔틀을 학교 폭력으로 인식하지 않는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청소년폭력예방재단이 지난해 11월부터 2개월 동안 초·중·고교생 40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학생의 55%가 '빵 셔틀을 학교 폭력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러나 학교 폭력을 경험했다는 학생의 비율은 22%에 달했고, 학교 폭력을 경험한 학생 가운데 64%는 '학교 폭력으로 고통을 느꼈다'고 답했다. 그 중 '죽고 싶을 만큼 고통을 느꼈다'는 학생은 16%나 됐다. 간단한 심부름으로 취급하기엔 당하는 피해 학생들의 고통이 너무 심한 것이다.
이에 대해 김미정 청예단 팀장은 "아이들이 빵 셔틀을 폭력이라 인식하지 않고 일상의 놀이처럼 받아들이고 있다"며 "반면 당하는 아이들은 수치스럽고 모욕감을 느껴 심각한 후유증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학교 내에 만연한 폭력적 분위기가 빵 셔틀의 원인
폭력을 폭력으로 여기지 않는 문화가 빵 셔틀의 근본 원인이라는 지적도 있다. 선생님이 학생에게 가하는 체벌 등 학교 내에 만연한 폭력적인 분위기가 약자에게 가하는 힘의 행사가 부당하다고 느끼지 못하게끔 작용한다는 것이다.
배경내 인권교육센터 '들' 활동가는 "교사가 어린 학생에게 가하는 강압이 당연하게 인식되기 때문에 학생들 사이에서도 힘 있는 사람은 약한 사람을 부리고, 심부름을 시키는 일 정도는 할 수 있다는 학습효과가 발생하게 된다"며 "이것이 쌓이다 보면 빵 셔틀을 폭력의 문제와 인권 침해의 문제로 인식하지 않게 된다"고 지적했다.
학생 간 폭력을 막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학교에 만연한 폭력부터 거둬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교육당국은 학교 내의 폭력적인 문화 자체에 대한 변화를 꾀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아이들에게 '나쁜 짓을 해서는 안 돼'라는 계도의 측면에서만 접근하고 있다. 다시는 폭력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받고 가해 학생에게 강력한 처벌을 내리는 것도 계도의 일종이다.
"가해 학생이 피해학생의 상처 알게 하는 노력 필요"
이에 대해 배 활동가는 "폭력의 근절은 그런 행위를 한 사람이 스스로 문제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힘과 기회를 제공함으로서 가능하다"며 "그러나 이제까지의 대처 방법은 아이들에게 해서는 안 될 행동의 목록을 주입시키는 방식으로만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교육부에서 내 놓은 학교폭력 근절 대책인 CCTV도 문제다. CCTV엔 엄연히 사각지대가 존재하고, 그 때문에 폭력이 더 음성화될 수 있어 현장 교사들도 무용론을 제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김미정 팀장은 "결국은 학생들의 인식을 바꿔주는 것 밖에 없다"며 "시작은 빵 셔틀이지만 향후에 어떻게 번질지 모르는 상황이므로 가해 학생들이 빵셔틀을 폭력으로 인지하고 피해 학생에게 어떠한 상처를 주는 지 알게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싸움 잘하고 험악하게 생긴 애랑 짝이 된 거야. 그 애가 첨에 툭툭 시비 걸면서 때리더라고. 어느 날 수업 시간에 배가 고프다면서 '나중에 돈 줄 테니 빵하고 초코 우유 좀 사와'이러는 거야. 난 안 된다고 했는데, 무섭게 째려보면서 '좋은 말 할 때 사와' 이래서 수업시간에 선생님한테 화장실 간다고 뻥치고 사왔어."
힘이 약한 아이들이나 왕따를 당하는 아이들이 힘센 아이의 빵을 배달하는 일명 '빵 셔틀'을 경험한 아이의 말이다. 이러한 빵 셔틀을 당하는 피해자들이 '셔틀들만의 공간'이라는 자신들만의 커뮤니티를 만들어 "나의 빵 셔틀은…"이라며 속 얘기를 털어놓고 있다.
지난 5월에 생긴 커뮤니티에는 '빵 셔틀'은 물론 '우산 셔틀', '스타킹 셔틀' 등 수많은 경험담들이 올라와 있다. 여기서 '셔틀'은 PC게임 스타크래프트에서 병력 운반을 담당하는 수송선을 의미한다. 같은 반 친구가 게임 수송선으로 희화화 되는 학교 폭력의 한 단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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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뿐만 아니라 '우산 셔틀', '스타킹 셔틀'에 대한 증언도 이어졌다.
"빵 셔틀이랑 학생증 빌려주는 셔틀 아니면 점심시간에 신발 갖다 주는 셔틀, 이거 세 개가 내 셔틀로 지정되었는데 오늘 하나 더 생겼어. 일진이 나한테 '비 올 때마다 우산 들고 와라, 아니면 우산 막대기로 맞는다'고 말하기에… 알았다고 했어."
"난 스타킹 셔틀도 해. 난 우리 반 일진들 스타킹 나갈 때가 제일 두려워. 하루에 한 번 이상 꼭 스타킹 자판기를 애용하지 ㅠㅠ 왜 돈은 천 원 밖에 안 주는데. 오늘 화장실에서 스타킹 갈아 신었는데 일진들 어떻게 알았는지 신은 지 1시간도 안 된 스타킹 뺏어갔어. 오늘 비도 와서 너무 추운데 지금 맨다리로 다니고 있어 너무 추워. 내가 어쩌다 이렇게 됐지…."
심지어 화장실 수발을 들어야 한다는 경험담도 올라왔다.
"우리 학교 일진 중에 한 X은 태어날 때 무슨 병으로 똥오줌을 못 가려, 근데 걔네 형이 학교 짱이라 형 빽으로 일진하는데. 이 XX가 오줌 싸면 이 XX가 반항하는 척하면서 수업 중에 '아 수업 X같네 OO야(내이름) 나가자' 이래. 그럼 난 가방 들고 따라 나가. 가방 안에는 이XX 간병 셔틀 할 물건이 들어 있는데 이 XX랑 화장실 똥 누는데 가서 수건에 물 적셔서 이XX 몸 닦고 속옷 갈아입히고 젖은 교복 갈아입혀. 내가 가방을 큰 걸 들고 다니는데 그 가방 안에는 교복 그 XX 사이즈로 2~3벌 정도 들고 다니고 팬티 3장, 수건 3장 그리고 향수. 얘가 똥오줌 못 가리는 건 친한 친구들하고 나밖에 몰라. 그래서 향수로 오줌 쌌다는 증거를 없애 나 이렇게 산다…."
"엄마가 나 셔틀인 거 눈치 챈 거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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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나 셔틀인 거 눈치 챈 거 같아. 수련회에 비싼 허리 띠 매고 갔다가 일진 거 싸구려랑 바꿔치기 당해서 집에 가고, 만날 용돈 타가고 해서 엄마가 걱정 많으셨는데…. 엄마가 사촌형한테 내 얘기를 하는 걸 들었어. 엄마가 'OO가 만날 좋은 물건 가지고 학교 가면 항상 잃어버리거나 딴 애들이랑 바꿔온다, 어떡하니. 저번에는 집 비밀번호도 알려줘서 가출한 친구가 집에서 샤워하고 있더라' 고 하시더라. 안방에서 문 잠그고 말하셨는데 난 들었어. 그 후로 사촌형 얼굴도 못 보겠어."
이 글에는 "어머니께서 정말 마음이 아프시겠네요, 빨리 대책을 찾아보세요"라는 위로를 담은 댓글이 여러 개 달렸다.
당하기만 하던 이들이 "더 이상 이렇게 살 수 없다"며 싸움을 배우겠다는 글도 올라왔다. 한 피해자는 "나이도 점점 먹고, 언제까지 이렇게 살 수 없잖아요. 킥복싱처럼 길거리 싸움에서 유용한 것 좀 알려주세요. 배우면 자신감도 붙고 싸울 때 안 쫄 수 있을까요?"라며 상담 글을 올렸다.
학생의 55% "빵 셔틀, 학교 폭력으로 생각하지 않아"
이처럼 학교에서 폭력이 일상적으로 발생함에 따라 청소년의 절반 이상이 빵 셔틀을 학교 폭력으로 인식하지 않는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청소년폭력예방재단이 지난해 11월부터 2개월 동안 초·중·고교생 40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학생의 55%가 '빵 셔틀을 학교 폭력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러나 학교 폭력을 경험했다는 학생의 비율은 22%에 달했고, 학교 폭력을 경험한 학생 가운데 64%는 '학교 폭력으로 고통을 느꼈다'고 답했다. 그 중 '죽고 싶을 만큼 고통을 느꼈다'는 학생은 16%나 됐다. 간단한 심부름으로 취급하기엔 당하는 피해 학생들의 고통이 너무 심한 것이다.
이에 대해 김미정 청예단 팀장은 "아이들이 빵 셔틀을 폭력이라 인식하지 않고 일상의 놀이처럼 받아들이고 있다"며 "반면 당하는 아이들은 수치스럽고 모욕감을 느껴 심각한 후유증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학교 내에 만연한 폭력적 분위기가 빵 셔틀의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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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내 인권교육센터 '들' 활동가는 "교사가 어린 학생에게 가하는 강압이 당연하게 인식되기 때문에 학생들 사이에서도 힘 있는 사람은 약한 사람을 부리고, 심부름을 시키는 일 정도는 할 수 있다는 학습효과가 발생하게 된다"며 "이것이 쌓이다 보면 빵 셔틀을 폭력의 문제와 인권 침해의 문제로 인식하지 않게 된다"고 지적했다.
학생 간 폭력을 막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학교에 만연한 폭력부터 거둬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교육당국은 학교 내의 폭력적인 문화 자체에 대한 변화를 꾀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아이들에게 '나쁜 짓을 해서는 안 돼'라는 계도의 측면에서만 접근하고 있다. 다시는 폭력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받고 가해 학생에게 강력한 처벌을 내리는 것도 계도의 일종이다.
"가해 학생이 피해학생의 상처 알게 하는 노력 필요"
이에 대해 배 활동가는 "폭력의 근절은 그런 행위를 한 사람이 스스로 문제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힘과 기회를 제공함으로서 가능하다"며 "그러나 이제까지의 대처 방법은 아이들에게 해서는 안 될 행동의 목록을 주입시키는 방식으로만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교육부에서 내 놓은 학교폭력 근절 대책인 CCTV도 문제다. CCTV엔 엄연히 사각지대가 존재하고, 그 때문에 폭력이 더 음성화될 수 있어 현장 교사들도 무용론을 제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김미정 팀장은 "결국은 학생들의 인식을 바꿔주는 것 밖에 없다"며 "시작은 빵 셔틀이지만 향후에 어떻게 번질지 모르는 상황이므로 가해 학생들이 빵셔틀을 폭력으로 인지하고 피해 학생에게 어떠한 상처를 주는 지 알게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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