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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말 고운말 사라진다'…욕설에 중독된 청소년들

AziMong 2010. 10. 9. 08:11

'바른말 고운말 사라진다'…욕설에 중독된 청소년들

뉴시스 | 배민욱 | 입력 2010.10.09 06:02

【서울=뉴시스】배민욱 기자 = "야 XX. 진짜 왜 그러냐 그놈은 XXX?"
"원래 XXX야. 그러니까 우리한테 화풀이 하는거자나. XXX 완전 재수다."

지난 1일 오후 서울의 한 중학교. 하교하는 청소년들 사이로 오고간 말이다. 삼삼오오 모여 교문을 향해 내려오는 학생들간에 오가는 대화 속에는 거친 욕설만이 가득했다.

"요즘 욕하는 애들 많아요. 욕하지 않는 애들 찾는 게 더 어려워요. 이제는 워낙 많이 들어 익숙할 정도에요…."

한글날인 9일 바른말을 배우고 사용해야 할 청소년들의 욕설 사용이 도를 넘고 있다. 욕이 없으면 서로간의 대화가 불가능할 정도다.

바른 말을 하며 긍정적인 가치관을 만들어나가야 할 시기에 뜻도 모르는 욕을 자연스럽게 주고받고 있는 것이다.

◇비속어 판치는 청소년 대화

청소년들의 대화속 비속어 사용은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교사들도 학생들 대화에서 욕설과 비속어, 인터넷 은어 사용이 심각하다고 느끼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가 한글날을 앞두고 지난 7일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교 교원 455명을 대상으로 학생 언어사용 실태에 대한 인식조사를 한 결과에서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52.7%는 '학생 대화에서 욕설과 비속어 비율이 20∼50%는 된다'고 답했다. '비속어 등 비율이 50∼70%'라는 응답도 22.4%나 됐다. '20% 이내' 라는 답변은 16.4%에 그쳤다.

학생들이 자주 쓰는 은어와 비속어는 '병맛'(어이없음, '병신 같은 맛'의 줄임), '열폭'(열등감 폭발), '레알'(정말), '쩔라'(최고로), '얄짤없다'(인정사정없다) 등이었다.

교사들은 '조사(助詞)를 빼면 대화의 반 이상이 욕설과 비속어, 은어로 이뤄져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66.1%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응답자의 56.4%는 '학생들이 욕설, 비속어, 은어를 쓰는 것을 거의 매일 본다'고 전했다.

◇정부도 청소년 언어 순화 나섰다

정부도 청소년 언어 순화를 위해 범정부 차원의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청소년들의 폭언과 욕설사용이 도를 넘어 심각한 수준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문화체육관광부방송통신위원회는 청소년이 이용하는 각종 매체들에 대해 욕설과 언어폭력에 대한 엄격한 심의기준을 적용하고 표준화하도록 제도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또 청소년의 언어환경 개선과 국어능력 향상을 위해 내년까지 방송·간행물·인터넷 등의 언어실태를 조사해 각종 매체의 유해언어 사용이 청소년의 언어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할 예정이다. 이를 토대로 청소년용 표준화법을 개발·보급하는 등 종합대책을 추진할 계획이다.

청소년의 언어순화·인성교육 관련 홍보 콘텐츠를 개발해 보급하고 청소년 언어순화 캠페인, 좋은 인터넷 사용습관 키우기 캠페인 등을 추진키로 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초·중·고교 등 150개교를 학교문화 선진화 시범학교로 운영해 욕설문화 추방 등 프로그램 개발·보급을 추진한다. 인성교육과 연계한 졸업·입학식 문화 개선, 학생자치·참여문화 활성화, 학생 권리 강화 등의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여성가족부는 청소년의 바른 언어 사용 유도를 위해 '언어 순화 길잡이'와 '청소년 건강 생활 가이드북'을 배포한다. '청소년 언어 순화 길잡이'는 인터넷에서 올바른 맞춤법 사용과 욕설·유언비어의 폐혜에 대한 내용이 담긴 '청소년용'과 청소년들의 바른 언어 사용은 부모의 관심과 가정에서 시작된다는 내용의 '부모용'으로 구성돼 있다.

◇청소년 욕설문화 원인은?…'인터넷'의 등장

교사들은 학생들의 욕설문화가 일상화된 가장 큰 원인으로 인터넷의 등장을 꼽았다.

청소년들이 언제 어디서든 쉽게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다 보니 유해 언어의 사용에 둔감해진다는 것이다.

특히 익명성이라는 인터넷의 특징은 청소년들을 더욱 욕설문화로 빠져들게 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 인터넷 공간에서는 타인에게 욕을 해도 내가 누구인지 모른다는 점 때문이다.

10대 청소년들이 즐기는 온라인 게임과 인터넷은 오염 수위가 높은 욕설을 실시간으로 재생산하고 있다.

한국교총이 실시한 '학생 언어사용 실태에 대한 인식조사' 결과에서도 이같은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설문에 참여한 교원 49.2%는 '인터넷 등장으로 학생 욕설과 비속어 사용이 더 심각해졌다'고 응답했다.

또 96.2%는 '인터넷 시대 이전과 비교할 때 욕설, 비속어, 은어 사용 빈도가 높아졌다'고 대답했다. 응답자의 81.5%는 '(학생에게 지도를 하면) 겉으로 수긍하지만 속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을 느낀다'고 답했다.

◇"학교·가정에서 언어·인성교육 필요"

전문가들은 청소년들의 욕설문화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학교와 가정에서 적절한 언어·인성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말은 그 사람을 나타낸다고 한다. 언어는 사람의 생각을 표현하고 통제하는 힘이 있다. 습관이 된 청소년들의 비속어 사용을 더 이상 모르는 척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한국교총 정종찬 대외협력국장은 "현장 교사들은 학생들의 욕설문화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며 "이같은 상황을 학교와 가정, 우리 사회가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정 국장은 "학생들의 올바른 언어사용을 위해 특별수업, 학교 내 교사·학생 아름다운 우리말쓰기 캠페인 등을 적극적으로 전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