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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 정책 이대로 좋은가](上) 과연 성공한 협상이었나

AziMong 2010. 10. 27. 01:08

[FTA 정책 이대로 좋은가](上) 과연 성공한 협상이었나

불평등·독소 조항 수두룩… 국민도 모르게 ‘추가 협상’

경향신문 | 서의동 기자 | 입력 2010.10.26 22:36 | 수정 2010.10.26 22:42 | 누가 봤을까? 40대 남성, 전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가협상을 계기로 정부의 FTA 정책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단군 이래 최고 협상'이라고 자찬해온 한·미 FTA 협상은 후폭풍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밀실에서 추가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한·미에 이은 한·유럽연합(EU) 등 동시다발로 추진되는 FTA가 우리 경제를 발전시키고 국민을 잘살게 하기보다는 극히 제한된 수출·대기업만 득을 볼 것이란 혹평도 제기된다. FTA 정책 전반의 문제점을 3차례에 걸쳐 진단한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26일 론 커크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회담하기 위해 샌프란시스코로 떠났다. 한·미 FTA 추가협상을 위한 것이다. 하지만 통상교섭본부는 어디서, 무엇을 논의하는지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국민적 이익이 걸린 최대 관심사지만 철저하게 국민들을 무시하고 있는 셈이다.

통상교섭본부의 이런 태도는 2007년 본 협상에 대한 의구심이 여전한 상황에서 과연 한·미 FTA는 제대로 가고 있는지에 대한 불신만 키운다. 당장 추가협상을 두고 2007년 타결된 본협상에서 애써 맞춘 '이익균형'이 무너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밑바닥에는 본협상이 과연 성공한 것이었느냐에 대한 의문이 깔려 있다.

비판론자들은 한·미 FTA에 대해 한국은 '아낌없이 주는 나무'였고, 미국은 '하이에나'였다고 지적한다. 국가 정책주권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는 독소조항도 수두룩한 데다 성공분야라고 내세우는 자동차, 섬유도 실익이 거의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정부는 2006년 2월 한·미 FTA 개시에 앞서 쇠고기 금수조치 해제 약속과 함께 스크린쿼터(한국영화 의무상영일수)를 146일에서 73일로 축소했다. 또 건강보험 약가를 현행대로 유지하고, 자동차 배기가스 기준 적용유예 등 미국이 요구한 4대 선결조건을 들어주는 '협상비용'을 치렀다. 정부는 우리보다 17배나 넓은 시장을 가진 미국과의 FTA 체결로 수출과 소비자 후생이 증가할 뿐 아니라 제도 선진화를 이뤄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1년여간의 협상 끝에 2007년 4월2일 타결된 내용은 득보다는 실이 컸다.

자동차 분야에서 미국은 관세 2.5%를 인하하되 3000㏄ 이상 승용차와 트럭의 관세철폐 시한은 각각 3년과 10년으로 늦췄다. 또 협정위반 사실이 드러나거나 '기대이익의 무효화 및 침해시' FTA 이전의 관세로 복귀가 가능하도록 하는 스냅백(snapback) 제도마저 수용했다. 반면 한국은 자동차 기본 관세율 8%는 물론 개별소비세도 3년 내 5%로 인하해야 한다. 이 특소세 인하분은 다른 세금 부과로 메울 예정이어서 국민부담은 그만큼 늘어난다. 양국은 또 배기량에 따른 자동차세 누진과세체계를 철폐해 에너지 과소비를 줄이기 위한 정책 노력에 장애요인이 된다. 섬유분야에서는 전 품목의 61%를 관세철폐하기로 했지만 까다로운 원산지 규정 때문에 동남아 등지에서 원사를 수입하는 국내 섬유업체의 수출은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또 미국은 섬유 원산지 검증을 위해 국내 업체에 대해 사전예고 없이 현장실사를 할 수 있고, 우회수출 방지를 위해 미국에 기업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협상 전에 정부가 강조해왔던 미국의 반덤핑 장벽도 해소되지 않았다. 제로잉, 비합산금지 등 15개 비관세장벽은 전혀 철폐되지 않았고, 협의기구에 불과한 무역구제위원회만 설치됐을 뿐이다.

반면 농산물은 쌀과 양파, 고추 등을 제외하고 사실상 대부분의 품목이 개방됐다. 1531개 농축산물 가운데 즉시 관세철폐 품목만 537개에 달한다. 정부산하 연구기관 추계로도 15년간 10조465억원의 생산 감소가 예상된다. 투자분야에서는 정부정책으로 투자자 이익이 침해될 경우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에 제소할 권리를 부여한 투자자-국가소송제(ISD)가 도입돼 모든 공공정책을 제소대상에 포함시켰다. 래칫(역진방지조항)을 도입해 정부가 자체 정책판단에 따라 개방 후퇴를 할 수 없도록 한 것도 독소조항으로 꼽힌다.

이처럼 협정문을 살펴보면 한·미 FTA로 얻는 것은 일부 품목의 미미한 수출 증대인 반면 잃는 것은 농업의 심각한 타격과 정부 정책주권의 훼손이라는 평가가 나올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정부는 자동차, 섬유부문의 관세철폐를 앞세워 '이익균형'을 이뤘다고 강변해왔다. 이에 따라 이번 한·미 FTA 추가협상에서 미국의 요구에 추가양보를 하는 방식이 아니라 독소조항들을 이번 기회에 전면 제기하는 재협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해영 한신대 교수는 "정부의 허구적인 이익균형론에 대해 근본 문제를 제기해야 할 시점"이라며 "불평등·독소조항을 전면 재협상을 통해 걸러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