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있는 뿌리깊은 이야기

똘망똘망부인 본문

.....古典(고전)

똘망똘망부인

AziMong 2007. 4. 18. 21:16
수양대군을 도와 단종을 몰아내는데 앞장 선 홍윤성....
훗날 영의정에 오를 정도로 출세한 이 양반은 본래가 양아치 출신임다.

이 냥반은 어릴적 부터 한 성질 피우는 걸로 소문이 짜해서
주위 사람들의 오금을 절절 저리게 했던 건달이었슴다.
씨름판을 돌며 황소를 따내어 술독에 빠져 살다가
술값이 바닥나면 아무나 줘패서 술값을 뜯어내던 놈임다.

그런 개망나니를 누가 상대하겠슴까?
똥 친 막대기 보듯 슬슬 피하며 아예 인간취급을 않자
홍윤성은 할 수 없이 고향을 떠나 유람길에 오름다.

한강 근처에 이르러 보니 웬 팔자 늘어진 넘덜이 란딩하는게 보이는 검다.
믿는게 힘 밖에 없는 홍윤성은 다짜고짜 끼어들어 한껨하자고 뎀볐으나
보기좋게 뻰찌당하고 프론트에서 망신까지 당하게 됨다.
그도 그럴 것이 그 멤버들은 난다긴다 하는 수양대군 패거리였던 검다.

곱게 물러날 홍윤성이 아님다.
웃통 벗어 제낀채 문신을 보여 가며 고래고래 소리 지르고
그 패거리들을 혼자서 묵사발을 맹길어 뿐짐다.

"친구"와 "신라의 달밤"에 나오는 패싸움 명장면을 능가하는
홍윤성의 주먹질과 뱃심에 감탄한 사람이 있었으니.....
그 이름 칠삭동이 한명희....수양대군의 심복.

한명희도 그와 비슷한 전력이 있었죠.
나이 38세에 겨우 송도의 경덕궁 궁지기 벼슬을 맡은 한명희는
어느날 송도 기관원들의 란딩 모임에 쭐래쭐래 따라갔슴다.

한명희 : 나도 함 낑겨서 란딩 합시다.
기관원 : 궁지기 주제에 웬 란딩?.....하우스 정문 수위나 하셔.
한명희 : 내 아이디가 칠삭동이 아뉴?.....즉 칠십대는 친다 이거유....

그러나 기관원들은 한명희를 능멸하고 쫓아버림다.
한명희는 그길로 궁지기를 때려치우고 서울로 무작정 상경,
친구의 소개로 야심만만한 수양대군의 휘하로 들어가
다가올 쿠데타를 대비해 일꾼들을 모으고 있었던 중인 검다.

장대한 체구와 날렵한 몸놀림, 두둑한 뱃심의 홍윤성.
그의 현란한 주먹질을 보고 나서 홀딱 반한 한명희는
홍윤성을 수양대군에게 적극 천거하게 됨다.

수양대군이 정권을 찬탈하게 되는 과정에서 홍윤성은 큰 역할을 하고
수양대군이 세조가 되자 여러벼슬을 거쳐 예조판서에 오름다.
감투썼다고 해서 그 더러운 성질 어디 가겠슴까?
백성의 재물을 뺏고 뇌물을 챙겨 수백명의 종과 수십명의 첩을 거느리며
흥청망청 온갖 사치를 다부리자 백성들은 그를 "홍망나니"라 불렀슴다.

이 홍윤성이 지방 순시를 하다가 전주 사는 최생원의 딸을 보고는
그만 뻑 가서 자신의 첩으로 삼겠노라고 선포해 버린 검다.
그러자 청빈하고 덕망 높기로 이름난 최생원의 집은 발칵 뒤집어 짐다.
세딸이 하나같이 천하절색인데다 똑똑하기 이를데 없어서
늘 자랑으로 여겨 왔었는데 ........첩이라니
그거뚜 천하의 개망나니 홍윤성의 첩이라니.....

첩으로 주자니 아비로서 차마 못할 짓이요,
준다고 해도 세딸중 누구를 제비뽑기 할 것이며,
거절하자니 가문이 온전히 살아 남지를 못할테니.....
아버지의 말 못할 고민은 쌓여만 가고
이를 보다 못한 막내가 언니들을 소집해서 이야기함다.

"아버님 성품으로는 우리들 누구도 홍윤성에게 내주지 않는다.
그렇다고 가만있을 홍윤성이 아니다.
아버님을 죄인으로 몰고 우리들을 몸종으로라도 데려갈게 뻔하다.
그러니 두 언니들은 가만 있어라.....막내인 내가 희생하겠다"

이윽고 개망나니가 최생원의 집으로 쳐들어 오는 날.
막내는 화장 곱게하고 화려한 옷으로 치장하고는
시퍼렇게 날이 선 칼을 소매에 감추고 대문 뒤에 숨어 있다가
홍윤성이 거들먹대며 집에 들어서는 순간 목에 칼을 들이 댐다.

막내딸 : 국가 공무원인 나리가 어찌 선비의 딸을 첩으로 요구하시는가?
홍윤성 : ...에비 ...그 칼좀 치워라...니네덜이 이쁜게 잘못이여.....

막내딸 : 그렇담 나를 정실부인으로 데려가라......안그럼 확 긋겠다....띠바.
홍윤성 : 부인이 시퍼렇게 살아있는데 정실이라니?......어렵다.

막내딸 : 그건 니 사정이구.....워쩔래......안그럼 나 자결한다?
홍윤성 : 아서라.....미인이 그럼 못 써요....너를 정실로 맞으마.

그날 전주 지방신문에는 그 소문이 짜하게 실렸슴다.

"특종.....우리고향 미인... 개망나니에게 소실로 팔려가다"
"경악.....헛똑똑이 막내딸.... 개망나니 정실약속에 깜빡 속다"
"쇼킹.....막내딸은 과연 정실일까?... 첩실일까?"

그러나 일반인의 예상과는 달리 홍윤성은 그녀를 정실로 삼았슴다.
그의 본처는 어질지 못하고 투기가 심한데다 자식을 낳지못해
오래전 부터 별거해오고 있었던 터 였기 때문임다.

결국 그녀의 총명한 기지와 당돌한 용기로
아버지의 체면과 가문의 위신을 세웠을 뿐만 아니라
그녀 또한 천하의 세도가에게 시집가는 영광을 안게 되는 검다.

고관 나으리의 어엿한 정실부인이 된 막내딸......이제는 "최부인" !!!
그러나 노비들은 그녀 앞에서만 굽실거리며 아첨할 뿐
뒤 돌아서서는 첩실이라고 비웃고 멸시하기 일쑤 였슴다.

머리좋은 최부인은 남편 홍윤성에게 부탁해서
임금인 세조를 집에 초청해서 저녁을 대접하자고 제의함다.
뜨악한 표정을 짓고있는 홍윤성에게 그녀는 이렇게 설명함다.

"임금을 모셔 저녁을 대접하면서 두가지를 약조 받으려 하오.
한가지는 제가 엄연한 정실부인이라는 사실.....
또 한가지는 당신이 삼촌을 죽인 과거를 면죄 받으려는 것이오"

홍윤성이 어릴때 삼촌에게 십여년이나 의탁하며 지낸 일이 있었는데
홍윤성이 크게 출세하자 삼촌이 찾아와 벼슬자리를 달라고 떼를 쓰다가
홍윤성의 심복들이 밀쳐내는 바람에 넘어져 즉사한 사건이 있슴다.
이 사건을 두고 야당에서는 패륜아 홍윤성을 문책하라고 난리쳤던 검다.

홍윤성 : 안그래도 그일 때문에 임금께서 나를 찝찝해 하고 있거덩....
최부인 : 제게 묘책이 있슴당....귀꾸녕을 가까이.....숭구리당당 궁당당.

그날 세조가 홍윤성의 집에 놀러오자 최부인은 산해진미를 차려
세조를 입이 찢어지고 맘이 헤벌레지도록 맹길어 버림다.
본래 세조는 신하들과 터울없이 술장난 치기로 유명한 임금인데
이날도 예외없이 홍윤성과 형님, 아우 하며 망가지는 검다.

이때를 노려 최부인이 자신이 정실이라는 칙지를 내려달라고 요청하자
얼근해진 세조는 흔쾌히 "제수씨가 정실이오" 라고 확언을 해줌다.
최부인이 큰절한뒤 물러나고 술자리는 계속되는데......
아니나 다를까 세조가 홍윤성의 삼촌 살해 사실을 거론하는 검다.

세 조 : 삼촌을 죽인 자네....... 극형 감이야.
홍윤성 : 조카를 죽인 전하도....... 극형 감이네엽?
세 조 : .....푸하하.....과연 천하의 홍윤성다운 배짱이로고.....

부인이 일러준 재치있는 그 한마디로 홍윤성은 위기를 벗어났고
배포가 더없이 큰 세조 또한 다시는 그일을 거론 하지 않았담다.
그 뒤로 홍윤성이 최부인을 더없이 극진히 사랑하게 된것은 당연한 일이구요....

세월은 흘러 홍윤성이 사망하면서
온양 근교 수십만평 전답을 비롯한 어마어마한 재산을 남겼는데
전처 집안 사람들이 유산을 차지하겠다고 덤벼드는 검다.
전처는 곧 죽어도 자기가 본처라고 아드바득 우기며
친척 세도가들을 통해 압력을 가하며 덤벼들었담다.
두여인의 재산싸움은 당시 장안의 큰 화제였다고 하는데.....

똑똑한 최부인은 당시 임금인 성종에게
"승정원일기를 보시면 누가 본처인지를 아시나이다"라고 상소함다.

성종의 지시를 받은 가정법원에서 승정원일기를 쭈욱 검색해보니
"세조께서 홍윤성의 집에 납시어 술대접을 받으실 때,
홍윤성의 부인이 손수 술잔을 올렸도다" 고 기록돼있어
이 일기를 근거로 최부인이 정실이라는 판결을 내림다.

세조를 집으로 불러 술대접을 하던 날,
최부인은 남편의 위태로운 목숨을 구했을 뿐만 아니라
자신 또한 막대한 유산을 상속받을 수 있는 근거도 마련해 놓은 셈임다.

'.....古典(고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진시왕어머니하  (0) 2007.04.18
브랑발리  (0) 2007.04.18
에바페론  (0) 2007.04.18
이멜다  (0) 2007.04.18
테러사건  (0) 2007.04.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