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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s Room

인간, 그 고독한 질병

AziMong 2004. 10. 12.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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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그 고독한 질병

 

                                  글 아지몽


요즘 나는 너무 깊은 병을 앓고 있다.
누구는 가을병이라고 한다.
거의 두 달 이상 나는 이 병를 떨칠 수가 없다.
가슴깊이 박힌 멍우리들이 점점 더 커져가는 느낌이다.
그런 생각을 해본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일에 우리들은
좋은 명분을 제공하고 좋은 의미를 부여하려고 하지만
결국은 그 모든 것들이 수많은 상처는 아닐까 하는.....
정치하는 사람이나 사랑하는 사람이나 사업하는 사람이나
다들 그 상처를 지니고 살아간다.
조금씩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두려워진다.
누구든 드러내지 않더라도 사람들은 지독히도 이기적이다.
모든 일들을 자신들의 관점과 관심에서 이해하고 타인은 그저
타인일 뿐이다. 모두들 쉽게 그냥 잊어버린다.
아마도 어떤 면에서는 그들도 이미 더 깊은 관심을
갖는다는 것이 자신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스스로 그것을 외면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어느 정도 적당히 타협하고 적당히 선을 그어서
더 이상 다가올 수 없는 영역을 긋고 그 선을 자랑스러워 하고
아마 그러는 지도 모르겠다.
내 병은 그 선의 경계선에서 생겨났다.
새앙쥐와 인간이란 얘기가 문득 떠오른다.
목장에서 바보스런 한 사람이 일을 하고 있다.
주인이 보지 않는 곳에서도 바보처럼 일을 하는 그 사람을
영리한 다른 사람들은 놀리고 하지만, 그러한 것으로 인해
다른 사람으로 부터 미움을 사기도 하지만, 늘 희쭉희쭉 웃기만
하는 그런 바보같은 사람이었다.
그는 항상 주머니 속에 새앙쥐를 지니고 다녔다.
영악한 인간보다는 부드럽고 단순한 그 새앙쥐가 더 마음에
들었을는지도 모를 일이다.
어느 날, 창고 속에서 그 바보가 문득 잠이 든 사이
우연히 그 창고에 한 여인이 숨어들게 되었고,
잠결에 그 부드러움에 둘러 쌓여 그 바보는 그 여인을
끌어안게 된다. 그 따뜻한 부드러움......
그렇게 그 귀족 여인을 우연히 끌어안은 그것이
그 바보의 마지막 운명이었던 것이다.
그 바보는 해가 뜨는 종루에서 마지막 운명을 맞이하고 만다.
결국 세상에는 그러한 순수한 부드러움이라는 것은 없을지도 모른다.
사랑이란 병보다 더 슬픈 병은 그리움이란 병이다.
그러나 그리움이란 병보다 더 슬픈 병은 고독이란 병이다.
고독이란 병은 사치스런 감정의 악세사리가 아니라
그저 외로움의 실존일 뿐이다. 철저한 존재일 뿐이다.
나는 지금 고독이란 블랙홀에 던져진 미아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모든 공간이 다 사라져 버렸다.
시간이란 공간도 의미라는 공간도 그리고 감정이란 공간도.....
이제 땅 위를 구르는 낙엽처럼 조용히 다 놓고 싶다.
시간의 사슬 위에 얽혀진 이 숯한 운명의 노래를......
운명이여! 기적을 노래하지 말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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