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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古典(고전)

강원의 육담 <17> 단칸방에서 하기

AziMong 2008. 2. 2. 19:40
강원의 육담 <17> 단칸방에서 하기 
  
 가난한 내외가 어린 자식을 여럿 데리고 단칸방에서 살았대요. 어느 날 아내가 남편의 무골을 만지면서 "이게 뭐예요?" 하니 남편이 "그거 밤이야." 하고 대꾸했지. 이번엔 남편이 아내 껄 만지며 "이게 뭐요?" 하고 흥을 돋구니 "화로예요." 하고 화답하더래. 남편이 "화로가 있으니 밤을 구웁시다." 하고 올라탔는데, 잠자던 자식들이 다 들었단 말이야.
 부부는 그런 줄도 모르고 한참 흥을 내서 굽는데, 아이들이 모두 일어나 밤을 달라고 졸라대기 시작했어. 내외는 당황하여 "야들아, 아직도 굽고 있으니 좀 기다려라." 하고 달랬지. 그러다가 그만 "쩍쩍" 하고 하는 소리가 났네. 그러자 아이들이 일제히 "다 구워지면 준다더니 자기들만 다 먹네." 하니, 부부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더래. (자료제공 ; 강릉민속문화연구소)
 
 어린 시절 이런 노래를 불렀다. "나가자 동무들아 어깨를 걸고/시내 건너 재를 넘어 들과 산으로/산들산들 가을바람 시원하구나/랄라랄라 씩씩하게 발맞춰 가자." 이 '어깨동무'는 원 제목이 'Comin Through the Rye(밀밭에서)'라는 스코틀랜드 민요다.
 원 가사는 "너와 내가 밀밭에서 서로 만나서/키스를 한대도 누가 아나요/우리들이 밀밭에서 나온다 해서/웃을라면 웃으라지 집으로 간다네"이다. 따지고 보면 사뭇 선정적인 이 노래의 연인들이 밀밭에서 할 짓 못할 짓 다했지 어디 키스만 했겄나.
 과거엔 남녀가 할 짓 다할 공간을 갖기란 쉽지 않았다. 섹스할 권리를 확보한 부부조차 마음놓고 즐기기 어려웠다. 요새 젊은이들은 남의 눈을 무시하고 무시로 러브호텔에 드나들며 즐기니 육담 부부의 안타까움을 결코 알 수 없으리. 그러나 장소에 따라 사랑의 감정이 얼마나 달라지는지. 왜 굳이 밀밭으로 가는지, 어찌하여 구태여 보리밭을 찾는지 천방지축의 요새 청춘들이 알기나 할까?
 이런 재미있는 부부가 있다. 어느 날 아내가 '침대에서 하면 5 만원, 거실에서 하면 10만 원, 목욕탕이나 베란다에서 하면 15만 원, 그리고 친정 식구나 시댁 식구가 찾아온 날 숨 죽이며 남 몰래 할 경우 더 많이 달라'고 제의했다. 늘 새로운 느낌을 가질 터라 남편이 다른 여자에 눈 돌릴 여지를 줄일 것이니 현명한 아내다.
 그러다가 이런 일도 생겼다. 이 구석 저 구석에서 일을 벌이다가 더 짜릿한 순간을 맛보려고 마침내 밖으로 나서게 되고, 보리밭에 도착하기도 전에 차 안에서 몸부림치다가 그만 의자를 부러뜨려 아예 차를 바꾸게 됐다는…. 바로 당신 얘기인가?
 한 때 유럽엔 "타이티 사람들은 딸들이 보는 중에도 아내와의 반사운동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는 보고서가 나돌았다. 그러나 타이티 사람들의 이런 행위는 일반적인 것이 아니라 '히에로스 가모스(hieros gamos)' 즉, '신성한 결혼'이라는 뜻의, 다산신(多産神)들 사이의 성교를 상징한 것일 따름인데, 이를 영국 선원들이 오해했다는 설이 있다. 진실을 알 수 없지만 남 앞에서 유사 성행위를 벌였음이 분명하다.
 보다 윤리적 사회에 사는 우리네 가난한 단칸방 부부는 이럴 수 없고…, 아이들을 피해 어디로 가야 하나? 여긴 어떨까. "날 따라 오게 날만 따라 오게/잔솔밭 한중허리로 날 따라 오게." 이 '정선 아라리'처럼 잔솔밭으로 가면 좋겠다. 솔바람 소리도 듣고 솔 내음도 맡으며 우아한 아니, 모처럼 열정적 섹스를 가져볼 만하지 않은가. "낚싯대를 딸딸 끌고 개울가로 갈 테니/싸리 바구니 옆에 끼고 뒤 따라 오게." 역시 '정성 아라리' 한 대목인데, 송나라 서긍(徐兢.1091∼1153)이 쓴 '고려도경(高麗圖經)'에도 "냇가에서 남녀가 목욕하더라"는 기록이 보이니 개울가에서 해 봐도 좋을 듯싶다. 이 때 개울물로 하는 샤워는 덤이다.
 옛 사람들이 자주 이용했듯 뽕나무 아래도 좋겠고, 다리(橋)는 다리(脚)와 통하니 의외로 다리 밑도 좋은 장소다. 봄이 오는 저 들녘 어느메 복사꽃 그늘 아래서 벌건 대낮에 살을 섞는 방식도 택할 만하다. 봄엔 여자들이 특히 밝히나니, "하루 종일 나물 캐도/바구니는 차지 않고/아, 님 그리워/바구니는 밭두렁에 던져 두네." 사랑에 굶주린 이 '시경(詩經)'의 처녀같은 우리네 봄처녀들의 충혈된 눈길일랑 염려 놓으시고, 올봄 이 땅 모든 가난한 부부들, 밖으로 나가 한 번 짙붉은 낭만적 섹스를 즐겨 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