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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古典(고전)

강원의 육담 <18> 뭔가 하느라고

AziMong 2008. 2. 2. 19:41
강원의 육담  <18> 뭔가 하느라고
 
  한 홀아비가 아들 내외하고 한집에서 같이 사는데, 아들 내외는 여름날 밭 일로 피곤하여 마당 멍석 위에 이불을 펴고 금방 잠들고, 홀아비는 잠이 오질 않네. 이리 뒤치럭 저리 뒤치럭 하다가, 늦게 잠들어 자다가 새벽에 눈을 떴네. 담배를 피워 물고 있는데 이웃 친구가 마실 왔네. "어서 오게." "자네도 일어났는가?" "잠이 안 와 일찍 깼네." "나도 잠이 안 와서."
 두 친구가 앉아 이러 담배 피우고 있는데, 친구가 아들 내외의 이불을 보니 들썩들썩하니깐 "여보게, 저 이불에서 뭐가 들썩들썩 하네야." 이러니, 홀아비는 담뱃불을 땅바닥에 비벼 끄며 "가들이 아까부터 그러더니, X인가 뭔가 하느라고 그러겠지 뭐." 하며 태평스럽게 자기 것을 내려다 보데야. (자료제공 ; 강릉민속문화연구소)
 
 좀 삼갈 말을 이렇게 태평스럽게 내뱉은 홀아비의 성적 관점은 높은 수준의 그것이다. 웬만해선 이렇게 쉽게 "X인가 뭔가"라는 말이 나오지 않는다. 오래 살다 보니 섹스란 그저 그럴 따름이지 특별한 것이 아니라는, 나이 먹은 사람의 성에 대한 자연스런 둔감 혹은 초연함이 그리 말하게 했을 것이다. 재미있는 건 이 말을 하고 나서 "자기 것을 내려다 보데야." 하는 대목이다.
 아들 내외의 하는 양을 보고 자기도 하고 싶은데, 안타깝게도 '홀아비 신세라 그럴 수 없구나' 하는 고독한 내면이 느껴지는 장면이다. 영국의 저명한 철학자 사이먼 블랙번 교수가 "성욕은 미덕"이라 했으니, 늙은 애비의 "X인가 뭔가"를 세상의 아들들은 이상타 생각 말고 오히려 자기들만의 운우지정에 뭔가 죄스러움을 느껴야 할 바다.
 여기서 'X' 자가 많이 들어간 욕말을 고찰해 볼 마음이 든다. 욕은 마음을 정화시키고, 한 쪽으로 치우친 정서를 다시 제자리로 돌려놓으며, 욕은 소화 불량에 걸린 심리를 치료한다. 따라서 욕설은 말하자면 '심리적 설사'에 다름 아닌 것이다. 결국 욕은 약발 좋은 심리 치료제다.
 육담 속의 홀아비 역시 "X인가 뭔가"라면서 자신의 성적 욕망을 스스로 정화시키고, 불안정한 심리를 제자리로 돌려놓으려는 것이다. 더구나 친한 친구 앞에서 못할 말이 어디 있겠는가. 우리는 이런 욕설을 자주 들으며 살아오지 않았나. 그러므로 흉허물없는 사이에 상처 주지 않는 독백적 욕말을 고상하지 못하다며 비난할 자 누구인가?
 그리하여 조사해 보나니, 원 발음으로 뱉어 성적 욕망을 잠재워 보시라. "물오른 봄XX 자갈 서 말을 씹는다." 조사에 나서자마자 한 점잖은 신사가 들려준 우리네 속담이다. 봄엔 여자들이 성적으로 왕성해진다는 말이다. 우리들은 화 잘 내는 사람에게 "부아가 홀아비 X 일어나듯 한다." 하고, 그냥 "홀아비 X 일어나듯." 하면 이는 홀아비 그것이 발기하더라도 목적을 이루지 못하듯 헛일만 한다는 뜻이다.
 성장한 남자 성기를 대상 삼은 속담은 이렇다. "가을 X은 무쇠도 뚫는다."는 다 아는 얘기이고, "강 건너 시아비 X이다." 하면 강 건너에서 시아비가 옷을 벗거나 말거나 상관없듯 나하고는 관계 없는 일이란 뜻이다. "개미한테 X 물렸다."는 하찮게 여겼다가 봉변당했다는 말이며, "X도 X 나름이라."고 욕했다면 이는 분명 격(格)을 문제 삼은 것이다.
 여자 성기 대상 욕은 더 많다. 되지도 않는 일을 하는 사람에게 "가랑잎으로 XX 가리는구만." 하며 빈정거리고, 좀 덜된 놈을 보고 "개X으로 난 놈"이라 쏘아댄다. 놀지 말고 무슨 일이든 하랄 땐 "노는 X 씻겨나 줘라." 하며, 뭔가 확실치 않은 땐 "도깨비 XX털 같다." 한다. 믿지 못할 여자를 보고 "못 믿을 건 굶은 X구멍."이라 하나 이 주장에 여자들은 "사타구니만 보고 XX 봤다고 한다."며 남자들의 과장을 나무란다. 더 지독한 것이 엄청나게 많지만 이쯤에서 멈추는 것이 분별 있는 짓이렷다.
 오늘의 주제와 가장 거리가 먼 말은 J. 주베르의 이런 따위의 말이다. "욕은 마음씨가 나쁜 사람의 위안이다." 물론 동양 고전 '사기(史記)'에 "군자는 절교한 뒤에도 그 사람의 욕을 아니 한다(交絶不出惡聲·교절불출악성)." 했지만, 인간은 원래 욕하는 동물이다. 남을 모욕하려는 것이 아니라 자기 카타르시스적 효용성 때문이다. 또 곰탕집의 매력 있는 '욕쟁이 할매'를, 그 언어의 감칠맛을 어찌 비난할 수 있으랴. 이처럼 어쩌겠나, 육담의 홀아비를…. "자기 것을 내려다 보데야." 아아, 홀로 된 존재의 이 참을 수 없는 고독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