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검찰이 PD수첩 보도에 관해 수사한 결과를 발표하면서 PD수첩 작가의 개인 이메일을 공개한 행위는 통
신비밀보호법에 위반될 소지가 있습니다. 이 문제는 PD수첩 제작진의 행위가 명예훼손, 업무방해에 해
되는지와는 별론으로 검찰이 수사 과정에서 PD수첩 제작진의 기소를 위하여 무리하게 위법행위를 저질
렀다는 점과 관련된 문제로서 그 자체 법적인 검토가 필요한 중요한 사안이라고 할 것입니다. 따라서 아
래에서 검찰의 PD수첩 작가의 개인 이메일을 열람하고 공표한 행위의 위법성에 대하여 살펴보도록 하겠
습니다.
2. 통신비밀보호법위반 여부
가. 개념규정
통신비밀보호법 제2조 [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1. "통신"이라 함은 우편물 및 전기통신을 말한다.
3. "전기통신"이라 함은 전화·전자우편·회원제정보서비스·모사전송·무선호출 등과 같이 유선·무
선·광선 및 기타의 전자적 방식에 의하여 모든 종류의 음향·문언·부호 또는 영상을 송신하거나
수신하는 것을 말한다.
7. "감청"이라 함은 전기통신에 대하여 당사자의 동의 없이 전자장치·기계장치등을 사용하여 통신의
음향·문언·부호·영상을 청취·공독하여 그 내용을 지득 또는 채록하거나 전기통신의 송·수신을
방해하는 것을 말한다.
한편, 통신비밀보호법상 "통신제한조치"라 함은 우편물의 검열 또는 전기통신의 감청을 의미합니
다.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 제2항)
나. 통신제한조치의 허용요건
(1) 통신제한조치, 즉 우편물의 검열 또는 전기통신의 감청은 ①일정한 범죄를, ②계획 또는 실행하고
있거나 실행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고, ③다른 방법으로는 그 범죄의 실행을 저지하거
나 범인의 체포 또는 증거의 수집이 어려운 경우에 한하여 허가할 수 있고(통신비밀보호법 제5조 제1
항 본문), 이러한 요건에 해당하는 자가 발송·수취하거나 송·수신하는 특정한 우편물이나 전기통신 또
는 그 해당자가 일정한 기간에 걸쳐 발송·수취하거나 송·수신하는 우편물이나 전기통신을 대상으로 허
가될 수 있습니다. (통신비밀보호법 제5조 제2항)
(2) 그런데 전항 ①의 일정한 범죄라 함은 형법 중 일부 규정, 군형법 중 일부 규정, 국가보안법, 군사기
밀보호법, 군사기지및군사시설보호법,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 중 일부 규정,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벌률
중 일부 규정, 총포도검화약류단속법 중 일부 규정,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중 일부 규정, 특정
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중 일부 규정 등을 말합니다.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 제1항 각호)
한편, 형법에서 개인적 법익을 침해하는 범죄 가운데 구체적으로 통신제한조치가 가능한 범죄를 살펴보
면 제24장의 살인의 죄, 제29장 체포와 감금의 죄, 제30장 협박의 죄 중 일부 범죄, 제31장 약취와 유인
의 죄, 제32장 강간과 추행의 죄 중 일부 범죄, 제34장 신용, 업무와 경매에 관한 죄 중 제315조, 제37장
권리행사를 방해하는 죄 중 일부 범죄, 제38장 절도와 강도의 죄 중 일부 범죄, 제39장 사기와 공갈의 죄
중 일부 범죄입니다.
(3) 따라서 제33장의 제307조 명예훼손, 제308조 사자의 명예훼손, 제309조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제
311조 모욕, 제34장의 제313조 신용훼손, 제314조 업무방해는 통신제한조치가 허용되지 않는 범죄라고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검찰에서 PD수첩 제작진들을 명예훼손, 업무방해로 수사, 기소하면서 이들의 이메일 등을 열
람하는 통신제한조치를 취한 행위는 통신비밀보호법에서 규정하지 아니한 범죄 수사를 위해 이루어졌
다는 점에서 "다른 방법으로는 그 범죄의 실행을 저지하거나 범인의 체포 또는 증거의 수집이 어려웠는
지" 에 대하여 더 살펴볼 필요없이 통신비밀보호법에 위반되고, 이러한 행위는 통신비밀보호법제3조 제
1항의 "누구든지 이 법과 형사소송법 또는 군사법원법의 규정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우편물의 검열, 전기
통신의 감청 또는 통신사실확인자료의 제공을 하거나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
하지 못한다"라는 규정에 위배된다고 할 것입니다.
다. 비밀준수의무
(1) 통신비밀보호법의 규정
제11조 [비밀준수의무] ①통신제한조치의 허가, 집행, 통보 및 각종 서류작성 등에 관여한 공무원 또
는 그 직에 있었던 자는 직무상 알게 된 통신제한조치에 관한 사항을 외부에 공개하거나 누설하여서는
아니된다.
(2) 통신제한조치의 집행은 이를 청구 또는 신청한 검사, 사법경찰관 또는 정보수사기관의 장이 집행하
므로(통신비밀보호법 제9조 제1항) 검찰에서 PD수첩 제작진들에 대한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제
작진의 이메일 내용을 공표한 행위는 통신비밀보호법 제11조 제1항의 규정에 위반된다고 할 것입니다.
라. 통신제한조치로 취득한 자료의 사용 제한 등
(1) 통신비밀보호법의 규정
제4조 [불법검열에 의한 우편물의 내용과 불법감청에 의한 전기통신내용의 증거 사용 금지] 제3조의
규정에 위반하여, 불법검열에 의하여 취득한 우편물이나 그 내용 및 불법감청에 의하여 지득 또는 채록
된 통신제한의 내용은 재판 또는 징계절차에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
제12조 [통신제한조치로 취득한 자료의 사용 제한] 제9조의 규정에 의한 통신제한조치의 집행으로 인
하여 취득된 우편물 또는 그 내용과 전기통신의 내용은 다음 각호의 경우 외에는 사용할 수 없다.
1. 통신제한조치의 목적이 된 제5조 제1항에 규정된 범죄나 이와 관련되는 범죄를 수사, 소추하거나 그
를 예방하기 위하여 사용하는 경우
2. 제1호의 범죄로 인항 징계절차에 사용하는 경우
3. 통신의 당사자가 제기하는 손해배상소송에서 사용하는 경우
4. 기타 다른 법률의 규정에 의하여 사용하는 경우
(2) PD수첩 제작진의 행위가 명예훼손, 업무방해에 해당되는지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이들 범죄는 통신
제한조치가 허용되지 않는 범죄이므로 검찰에서 이들 범죄 수사를 위하여 이메일을 압수한 행위는 불
법감청에 해당되어 그 이메일 내용은 재판에서 증거로 사용될 수 없고, 수사·소추를 위하여서도 사용
할 수 없다고 할 것입니다. 따라서 PD수첩 제작진에 대한 재판에서 검찰은 작가의 이메일을 토대로 명
예훼손, 업무방해가 성립한다고 주장할 수 없다고 할 것입니다.
마. 벌칙
통신비밀보호법 제16조 [벌칙] ①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과 5년 이하의 자격
정지에 처한다.
1. 제3조의 규정에 위반하여 우편물의 검열 또는 전기통신의 감청을 하거나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
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는 자
2. 제1호의 규정에 의하여 지득한 통신 또는 대화의 내용을 공개하거나 누설한 자
3. 결 론
이상 살펴본 바와 같이 명예훼손, 업무방해는 통신비밀보호법상 통신제한조치가 허용되지 않는 범죄에
해당하므로 이러한 범죄 수사를 위하여 이메일 열람 등과 같은 통신제한조치는 할 수 없다고 할 것입니
다.
따라서 검찰에서 PD수첩 제작진들을 명예훼손, 업무방해로 수사, 기소하면서 이들의 이메일을 열람하는
통신제한조치를 취하는 것은 법에서 허용되지 않는 불법감청에 해당되고,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PD수
첩 제작진의 이메일을 공개한 행위는 비밀준수의무에 위반되어 모두 통신비밀보호법에 의해 처벌될 수
있으며, 이메일이 공개된 PD수첩 작가가 검찰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구할 수도 있다고 할 것입니다.
★ PD수첩 작가가 지인과 주고 받은 이메일은 외부에 공개되지 아니한 개인의 일기와 같은 것으로서 설
령 그 이메일 내용 가운데 반정부적인 내용, 광우병 보도와 관련하여 사실을 왜곡할 고의가 있었다고
하더라도(물론 그러한 고의는 아직 전혀 입증되지 않고 있습니다) PD수첩 제작진들에 대한 유죄 인정
의 근거로 사용될 수는 없다고 할 것입니다. 만약 위 이메일이 유죄 증거로 사용된다면 개인의 내적 사
상과 양심의 자유에 대한 침해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대법원은 김일성과 북한을 찬양하는 내용의 일기를 작성하였다는 이유로 반공법위반으로 기소된
피고인에 대하여 "일기라는 것은 작성자가 보고 듣고 느낀 자기 개인의 생활체험을 자기자신만이 간직
하기 위해서 작성되는 작성자 자신에 대한 것이고 타인에 대하여 작성되는 것이 아니므로 특히 작성자
가 타인에게 보이기 위하여 또는 타인이 볼 수 있는 상황하에서 작성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거
나 혹은 작성된 일기를 일부러 타인이 인식할 수 잇는 상태에 놓는 등 어느 정도 외부와의 관련사항이
수반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모르되 그렇지 않는 한 그 내용이 반공법 제4조 제1항에 해당되는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처벌할 수 없다"며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대법원 1975. 12. 9. 선고
73도3392 판결)
유신이 한창이던 1975년에 나온 위 대법원 판결은 이번 PD수첩 사건과 관련하여 검찰이 개인의 이메
일을 공개한 경우에도 적절한 판례로 인용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 검찰이 반공법이 서슬퍼렇던
1970년대로 돌아간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