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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민들의 잔혹한 겨울나기…세입자 죽음에도 겨울철거 계속

AziMong 2009. 12. 21. 06:34

철거민들의 잔혹한 겨울나기…세입자 죽음에도 겨울철거 계속

[노컷뉴스 2009-12-20 09:02]
 
철거민들의 잔혹한 겨울나기…세입자 죽음에도 겨울철거 계속
"물도 새도 수도도 얼었다" 종로구 옥인동 시민아파트 15가구 '눈물'

[CBS사회부 조은정 기자] 사람이 살 것 같지 않은 황량한 아파트. 땅거미가 깔리자 희미한 전등불이 하나 둘 켜진다. 개 짖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적막감은 어느 순간 공포감이 되어 엄습해온다.

이웃을 떠나보내고 이곳에 홀로 남은 철거 세입자들은 한파와 싸우며 하루하루 전쟁 같은 삶을 치르고 있다.

서울시의 공원조성사업에 따라 철거 대상이 된 서울 종로구 옥인동 시민아파트. 갈 곳 없는 15가구 주민들이 아직 거주하고 있다.

이달 초 겨울철 무리한 철거에 항의하던 마포구 용강동 시민아파트 세입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비난 여론이 들끓었지만 옥인동에서는 18일까지도 철거가 진행되고 있었다.

이곳에서 홀로 거주하고 있는 김 모(72) 할머니는 난방도 되지 않는 집에서 겨울을 나고 있다. 수도관이 얼어붙었고, 천장에 얼마 전부터 물이 새기 시작했다.

전기가 끊기면서 전기장판도 사용하지도 못한다. 노숙이나 다름없는 비참한 생활을 하고 있는 김 할머니를 돌봐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 보상비를 가지고 나간 아들은 돌아오지 않은 지 오래다.

정부 보조금으로 근근이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김 할머니는 "물도 새고 수도도 얼어붙어버렸다"며 눈시울을 적셨다.

두 자녀와 함께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 김옥희(가명 46 여)씨도 철거가 진행 중인 아파트에서 어떻게 겨울을 날지 막막하기만 하다.

김 씨는 "얼마 전부터는 대형 포클레인을 동원해 본격적으로 건물을 해체하고 있다"며 "소음과 분진 때문에 견디기 힘들다"고 말했다.

◈ 마포구 용강동 시민아파트 주민들 '불안한 겨울'

마포구 용강동 시민아파트 주민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세입자가 자살한 뒤 구청에서 일시적으로 철거를 중지한 상태이지만 언제 또 철거가 시작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은 여전하다.

아파트에 홀로 거주하고 있는 박인숙(가명 58 여)씨는 "치약이 얼어붙을 만큼 춥지만 더 두려운 것은 철거에 대한 공포"라고 했다.

이웃의 죽음을 목격한 뒤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다는 박 씨는 "언제 다시 철거를 시작할지 모르니까 항상 불안하다"며 "그래도 당장 갈 곳이 없어서 소송 결과만 기다리고 있다"며 고개를 떨궜다.

서울시와의 지리한 법적 소송이 진행 중인 시민아파트의 주민들은 이처럼 어느 때보다 춥고 위태로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시에서 주거 이전비를 지급하는 대신에 임대 주택 입주권을 취소시키자 세입자들은 갈 곳을 찾지 못하고 이곳에 남았다.

동절기에 철거를 금지한다는 행정지침은 무시되고, 세입자의 죽음마저 매몰차게 외면당하면서 남은 자들은 어느 때보다 춥고 위태로운 겨울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나눔과 미래 남철관 사무국장은 "옥인동의 경우에는 현재까지 막무가내로 철거를 자행하고 있다"면서 "철거를 즉각 중지하고 임대 아파트나 장기 전세 주택을 임시로 제공하는 등 적극적인 주거 이주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