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있는 뿌리깊은 이야기
“지금 北선 ‘밥이 곧 인권’… 식량 지원 절박” 본문
[단독] “지금 北선 ‘밥이 곧 인권’… 식량 지원 절박”
세계일보 | 입력 2009.12.23 02:54 | 수정 2009.12.23 09:15 | 누가 봤을까? 50대 남성, 강원
차이 인정하면 다름에도 평화 오는 법
굶주린 北 아이들에 무조건 먹을 것 보내야
北 화폐개혁·신종플루 등으로 주민 '패닉'
당장 내년이 문제… 대량 아사사태 날 것
"'서로 다름'은 '자연스러움'입니다. '다름'은 화단의 꽃과 같습니다. 꽃은 종류와 모양이 여러 가지라야 아름답지 않나요. 이를 경전에선 화엄이라 그러는데 차이를 인정하고 그것을 이해하는 자세를 갖는다면 서로 다름에도 평화가 온다는 뜻입니다. 남북관계도 같습니다. 우리 삶의 영역으로 북한을 보지 맙시다. 억지로 바꾸려 하지 말고 그곳 아이들이 굶주린다면 무조건 먹을 것을 보내야 합니다. 이것은 또 이미 우리가 평화와 통일로 가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평화재단에서 만난 법륜 이사장(사진)은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자세야말로 남북관계와 같은 큰 문제뿐 아니라 가족 간 문제에서도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스님인 그는 북한을 비롯해 세계 각국의 난민·기아 구호와 빈국 교육지원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일 년 대부분을 미국과 중국, 인도 등 세계에서 활동한다. 전날에도 스님은 중국에 다녀왔다. 1월엔 다시 미국으로 출국한다. 한국 체류 기간에도 강연, 인터뷰, 토론회 등으로 쉴 새 없다. 강행군에도 표정은 밝고 평온했다.
◆북한은 지금 '폭풍전야'=
스님이 이사장을 맡고 있는 한국JTS 등은 오래전부터 북한 고아원과 양로원 등을 중심으로 식량과 생필품 등을 지원했다. 직간접적으로 듣는 정보가 많아 북한 내부 상황에 밝을 수밖에 없다.
스님은 "올해 북한은 식량 소출을 늘리기 위한 '150일 전투', '100일 전투' 등을 연달아 벌이면서 주민을 강제노동에 동원했다"면서 "배급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동원된 주민이 자꾸 이탈했고, 처벌도 늘어 인권침해 등 생존권이 더 열악해진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그렇지만 특별한 성과도 없어 주민 불평과 민심이반만 늘었다"면서 "이런 사회주의 시스템에서 착실하게 일하는 사람은 가난하게 살고 장마당에 나가 돈 버는 사람만 부자가 되니까 주민 간 위화감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법륜 스님은 최근 단행된 북한 화폐 개혁도 이런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보고 있다. 그는 "북한은 화폐 개혁을 통해 개인이 가진 돈을 무용지물로 만들었는데, 어렵게 고생해서 돈을 모은 사람에게는 엄청난 타격일 것"이라고 말했다.
스님은 또 "갑작스러운 조치에 주민들이 어쩔 줄을 몰라하는 분위기지만, 그렇다고 사회체제 변혁을 가져올 만큼의 폭발력은 없기 때문에 그저 분노 가득 찬 심리적 공황상태"라면서 "이런 폭풍전야 같은 상황에선 당국의 탄압도 늘 것이므로 결국 힘 없는 주민만 희생당한다"고 걱정했다.
◆내년 굶어죽는 주민 속출 우려=
현 정부 들어 대북 지원은 '뚝' 끊긴 상태다. 정치적 이유 등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스님은 못마땅하다. 그는 "북한에서 '밥이 곧 인권'"이라는 말로 식량지원의 절박성을 전했다.
스님은 "우선 당장 먹어야 하니까 인권이나 자유권 등은 다음의 문제가 된다"며 "북한이 자력으로 밥 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국제사회가 조건 없이 인도적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스님은 "당장 내년이 걱정"이라면서 "올해 북한 식량 생산량이 작년보다 못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내년에 다시 많은 사람이 굶어 죽을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올해 북한은 작황이 좋지 않다.
스님은 "북한 사람들도 통일되면 함께 살 사람들인데 정치적인 것과 관계없이 지원해야 한다"면서 "인도적인 차원에서 우선 지원하고 대신 배급상황 등을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도 남한에 기대지만 말고 군사용 자금 등을 모두 풀어 주민에게 쌀을 줘야 한다. 백성이 살아야 나라도 사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종플루는 엎친 데 덮친 격=
최근 북한에 신종플루 환자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맨 처음 국제사회에 알린 이가 바로 법륜 스님이다. 북한에선 11월 말에서 12월 초 사이 신종플루가 크게 발생했고 휴교령이 내려졌다. 한국 정부가 이에 신속하게 치료제 등을 지원했고 북한도 이를 받아들였다. 스님은 "주민이 영양실조에다가 약도 없어 면역력이 약한 상태에서 신종플루가 계속 확산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도 예방접종한 뒤 한 달 이상 지나서야 확산세가 주춤해졌는데 북한은 오죽하겠냐"고 눈을 감았다.
그는 "최근까지 신종플루가 더 확산되고 있다는 정보가 들어오고 있다"면서 "1997년에 북한에 '파라티푸스'라는 열병이 돌아 수십만명이 죽었다. 우리나라에선 병축에도 안 드는 병인데 북한 주민의 건강상태가 워낙 좋지 않다 보니 희생자가 컸다"고 소개했다.
치료제가 없어 약물 오용으로 죽는 사람까지 생기고 있다. 스님은 "북한에선 '아스피린을 먹으면 신종플루가 낫는다', '중국제 한약을 먹으면 낫는다'는 유언비어가 돌아 이 약을 먹고 숨지는 사람이 있다"면서 "북한 당국이 유언비어를 차단하고는 있으나 주민 입장에선 뭐든 먹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내년 상반기 남북관계 호전 기대=
그는 다행히 꽉 막힌 남북, 미북 관계에 호전 기미가 엿보인다고 전했다. 스님은 "미북 양측이 논의 중인 연락사무소가 열리면 여러 이야기가 오갈 것이고 북한은 핵 불능화 조치를 다시 재개하고, 이런 과정을 거쳐 이르면 내년 상반기쯤 경색 국면이 풀리지 않겠느냐"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는 "미국이 대북 대화 국면으로 가는데 한국이 강경 입장만 고집할 수도 없고, 북한도 미국의 맹방인 한국을 제쳐놓는 '통미봉남'을 포기하고 관계개선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정부의 신종플루 치료제 지원은 스님이 보기에 좋은 계기가 될 전망이다. 과거 같으면 북한이 있는 일도 없다고 할 텐데 이번에는 즉각 지원을 받아들였다. 이번 치료제 지원에 대한 북한 내부 반응도 매우 호의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스님은 "신종플루로 대화 물꼬를 텄으니 남북 당국은 이 기회를 지속적인 대화로 이끌어야 한다"면서 "북한이 계속 핵개발을 하면 미국에 타격이고 미국이 계속 대북제재를 하면 북한 경제도 더 어려워질 것이므로 미국과 북한도 한발짝씩 양보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스님은 매년 수차례 미국과 중국을 찾아 의회나 행정부 당국자들을 만나 이런 입장을 전달한다. 그는 2008년에만 미국 워싱턴을 네 번, 중국을 16차례 찾았다. 그는 "북한은 미국의 정치 제도나 특성에 대해 잘 이해하지 못하고, 미국은 세계를 상대하다 보니 북한만 연구할 수 없어 서로 오해가 많은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새는 두만강을 자유롭게 건너는데…."=
스님이 대북지원 사업에 뛰어든 건 1996년 여름 북한과 중국 국경 두만강변에서 북한 아이를 본 게 계기였다. 당시 스님은 강가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던 아이를 불렀으나 대답이 없었다. 배에 함께 탄 중국 안내원은 "조선 아이들은 구걸할 자유도 없다"고 전했다.
'내 눈 앞에 배고픈 아이가 있고 나는 음식이 있는데 주지를 못한다. 하물며 배고프면 새도 자유롭게 날아 먹이를 찾는데 같은 민족인 우리는 못하고 있구나' 하는 안타까움이 그를 북한 돕기로 끌었다.
대북사업은 누구한테서도 환영받는 일이 아니었다. 북한은 어려운 실상이 외부에 알려질 수 있다며 싫어했고, 남측은 '반공교육을 더 받아라'고 비난했다.
스님은 "(어두운 과거가 있는) 일본과도 교류하는데 남북만 영원히 원한으로 가야 하느냐"면서 "이렇게 서로 돕다 보면 화해와 통일의 기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JTS는 97년 말부터 북한 나진·선봉 지역에 어린이 영양식 공장을 세워 110곳 탁아소와 유치원의 어린이 1만1000여명에게 영양식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2005년에는 평양 근교에 비료 300t과 비닐박막을, 함경북도 온성군에 비료 720t을 지원했다. 올해엔 북한에 컨테이너 4대 분량의 의류 등 생필품과 비상 구급함 1만개를 보냈다.
북한은 법륜 스님이 진행 중인 큰 국제 구호사업 중 한 대상지역일 뿐이다. 91년 그는 인도의 불교성지를 순례하던 중 빈곤의 나락에서 허덕이는 인도의 최하위계층 '불가촉 천민' 아이들을 보고 구호사업을 시작해 현재 유치원생 2000명과 초등학생 1000명에게 글을 가르치고 있다. 이 밖에 필리핀, 캄보디아 오지에 각각 학교 38개와 2개를 열었는데, 교복과 학용품 등은 모두 JTS가 지원한다.
인터뷰=나기천·사진=송원영 기자 na@segye.com
■법륜 스님은 ▲현 (재)정토회, (재)평화재단, (사)한국 JTS, (사)좋은벗들, (사)에코붓다 이사장 ▲2007년 한국 JTS 유엔 경제사회이 사회 특별지위 획득 ▲1999년 국제 평화, 인권, 난민지원센터 (사)좋은벗들 설립 ▲1996년 우리민족서로돕기 불교운동본부 창립 ▲1994년 국제기아, 질병, 문맹퇴치 민간기구 JTS 설립 ▲1994년 (사)한국불교환경교육원(현 에코붓다) 설립 ▲1988년 정토회 설립
■수상 내역 ▲2007년 제5회 민족화해상 ▲2006년 강원도 DMZ 평화 남북교류협력상 ▲2002년 막사이사이상 평화와 국제이해 부문 ▲1998년 교보환경문화상 사회교육 분야 본상
굶주린 北 아이들에 무조건 먹을 것 보내야
北 화폐개혁·신종플루 등으로 주민 '패닉'
당장 내년이 문제… 대량 아사사태 날 것
"'서로 다름'은 '자연스러움'입니다. '다름'은 화단의 꽃과 같습니다. 꽃은 종류와 모양이 여러 가지라야 아름답지 않나요. 이를 경전에선 화엄이라 그러는데 차이를 인정하고 그것을 이해하는 자세를 갖는다면 서로 다름에도 평화가 온다는 뜻입니다. 남북관계도 같습니다. 우리 삶의 영역으로 북한을 보지 맙시다. 억지로 바꾸려 하지 말고 그곳 아이들이 굶주린다면 무조건 먹을 것을 보내야 합니다. 이것은 또 이미 우리가 평화와 통일로 가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평화재단에서 만난 법륜 이사장(사진)은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자세야말로 남북관계와 같은 큰 문제뿐 아니라 가족 간 문제에서도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북한은 지금 '폭풍전야'=
스님이 이사장을 맡고 있는 한국JTS 등은 오래전부터 북한 고아원과 양로원 등을 중심으로 식량과 생필품 등을 지원했다. 직간접적으로 듣는 정보가 많아 북한 내부 상황에 밝을 수밖에 없다.
스님은 "올해 북한은 식량 소출을 늘리기 위한 '150일 전투', '100일 전투' 등을 연달아 벌이면서 주민을 강제노동에 동원했다"면서 "배급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동원된 주민이 자꾸 이탈했고, 처벌도 늘어 인권침해 등 생존권이 더 열악해진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그렇지만 특별한 성과도 없어 주민 불평과 민심이반만 늘었다"면서 "이런 사회주의 시스템에서 착실하게 일하는 사람은 가난하게 살고 장마당에 나가 돈 버는 사람만 부자가 되니까 주민 간 위화감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법륜 스님은 최근 단행된 북한 화폐 개혁도 이런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보고 있다. 그는 "북한은 화폐 개혁을 통해 개인이 가진 돈을 무용지물로 만들었는데, 어렵게 고생해서 돈을 모은 사람에게는 엄청난 타격일 것"이라고 말했다.
스님은 또 "갑작스러운 조치에 주민들이 어쩔 줄을 몰라하는 분위기지만, 그렇다고 사회체제 변혁을 가져올 만큼의 폭발력은 없기 때문에 그저 분노 가득 찬 심리적 공황상태"라면서 "이런 폭풍전야 같은 상황에선 당국의 탄압도 늘 것이므로 결국 힘 없는 주민만 희생당한다"고 걱정했다.
◆내년 굶어죽는 주민 속출 우려=
현 정부 들어 대북 지원은 '뚝' 끊긴 상태다. 정치적 이유 등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스님은 못마땅하다. 그는 "북한에서 '밥이 곧 인권'"이라는 말로 식량지원의 절박성을 전했다.
스님은 "우선 당장 먹어야 하니까 인권이나 자유권 등은 다음의 문제가 된다"며 "북한이 자력으로 밥 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국제사회가 조건 없이 인도적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스님은 "당장 내년이 걱정"이라면서 "올해 북한 식량 생산량이 작년보다 못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내년에 다시 많은 사람이 굶어 죽을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올해 북한은 작황이 좋지 않다.
스님은 "북한 사람들도 통일되면 함께 살 사람들인데 정치적인 것과 관계없이 지원해야 한다"면서 "인도적인 차원에서 우선 지원하고 대신 배급상황 등을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도 남한에 기대지만 말고 군사용 자금 등을 모두 풀어 주민에게 쌀을 줘야 한다. 백성이 살아야 나라도 사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북한에 신종플루 환자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맨 처음 국제사회에 알린 이가 바로 법륜 스님이다. 북한에선 11월 말에서 12월 초 사이 신종플루가 크게 발생했고 휴교령이 내려졌다. 한국 정부가 이에 신속하게 치료제 등을 지원했고 북한도 이를 받아들였다. 스님은 "주민이 영양실조에다가 약도 없어 면역력이 약한 상태에서 신종플루가 계속 확산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도 예방접종한 뒤 한 달 이상 지나서야 확산세가 주춤해졌는데 북한은 오죽하겠냐"고 눈을 감았다.
그는 "최근까지 신종플루가 더 확산되고 있다는 정보가 들어오고 있다"면서 "1997년에 북한에 '파라티푸스'라는 열병이 돌아 수십만명이 죽었다. 우리나라에선 병축에도 안 드는 병인데 북한 주민의 건강상태가 워낙 좋지 않다 보니 희생자가 컸다"고 소개했다.
치료제가 없어 약물 오용으로 죽는 사람까지 생기고 있다. 스님은 "북한에선 '아스피린을 먹으면 신종플루가 낫는다', '중국제 한약을 먹으면 낫는다'는 유언비어가 돌아 이 약을 먹고 숨지는 사람이 있다"면서 "북한 당국이 유언비어를 차단하고는 있으나 주민 입장에선 뭐든 먹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내년 상반기 남북관계 호전 기대=
그는 다행히 꽉 막힌 남북, 미북 관계에 호전 기미가 엿보인다고 전했다. 스님은 "미북 양측이 논의 중인 연락사무소가 열리면 여러 이야기가 오갈 것이고 북한은 핵 불능화 조치를 다시 재개하고, 이런 과정을 거쳐 이르면 내년 상반기쯤 경색 국면이 풀리지 않겠느냐"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는 "미국이 대북 대화 국면으로 가는데 한국이 강경 입장만 고집할 수도 없고, 북한도 미국의 맹방인 한국을 제쳐놓는 '통미봉남'을 포기하고 관계개선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정부의 신종플루 치료제 지원은 스님이 보기에 좋은 계기가 될 전망이다. 과거 같으면 북한이 있는 일도 없다고 할 텐데 이번에는 즉각 지원을 받아들였다. 이번 치료제 지원에 대한 북한 내부 반응도 매우 호의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스님은 "신종플루로 대화 물꼬를 텄으니 남북 당국은 이 기회를 지속적인 대화로 이끌어야 한다"면서 "북한이 계속 핵개발을 하면 미국에 타격이고 미국이 계속 대북제재를 하면 북한 경제도 더 어려워질 것이므로 미국과 북한도 한발짝씩 양보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스님은 매년 수차례 미국과 중국을 찾아 의회나 행정부 당국자들을 만나 이런 입장을 전달한다. 그는 2008년에만 미국 워싱턴을 네 번, 중국을 16차례 찾았다. 그는 "북한은 미국의 정치 제도나 특성에 대해 잘 이해하지 못하고, 미국은 세계를 상대하다 보니 북한만 연구할 수 없어 서로 오해가 많은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새는 두만강을 자유롭게 건너는데…."=
스님이 대북지원 사업에 뛰어든 건 1996년 여름 북한과 중국 국경 두만강변에서 북한 아이를 본 게 계기였다. 당시 스님은 강가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던 아이를 불렀으나 대답이 없었다. 배에 함께 탄 중국 안내원은 "조선 아이들은 구걸할 자유도 없다"고 전했다.
'내 눈 앞에 배고픈 아이가 있고 나는 음식이 있는데 주지를 못한다. 하물며 배고프면 새도 자유롭게 날아 먹이를 찾는데 같은 민족인 우리는 못하고 있구나' 하는 안타까움이 그를 북한 돕기로 끌었다.
대북사업은 누구한테서도 환영받는 일이 아니었다. 북한은 어려운 실상이 외부에 알려질 수 있다며 싫어했고, 남측은 '반공교육을 더 받아라'고 비난했다.
스님은 "(어두운 과거가 있는) 일본과도 교류하는데 남북만 영원히 원한으로 가야 하느냐"면서 "이렇게 서로 돕다 보면 화해와 통일의 기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JTS는 97년 말부터 북한 나진·선봉 지역에 어린이 영양식 공장을 세워 110곳 탁아소와 유치원의 어린이 1만1000여명에게 영양식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2005년에는 평양 근교에 비료 300t과 비닐박막을, 함경북도 온성군에 비료 720t을 지원했다. 올해엔 북한에 컨테이너 4대 분량의 의류 등 생필품과 비상 구급함 1만개를 보냈다.
북한은 법륜 스님이 진행 중인 큰 국제 구호사업 중 한 대상지역일 뿐이다. 91년 그는 인도의 불교성지를 순례하던 중 빈곤의 나락에서 허덕이는 인도의 최하위계층 '불가촉 천민' 아이들을 보고 구호사업을 시작해 현재 유치원생 2000명과 초등학생 1000명에게 글을 가르치고 있다. 이 밖에 필리핀, 캄보디아 오지에 각각 학교 38개와 2개를 열었는데, 교복과 학용품 등은 모두 JTS가 지원한다.
인터뷰=나기천·사진=송원영 기자 na@segye.com
■법륜 스님은 ▲현 (재)정토회, (재)평화재단, (사)한국 JTS, (사)좋은벗들, (사)에코붓다 이사장 ▲2007년 한국 JTS 유엔 경제사회이 사회 특별지위 획득 ▲1999년 국제 평화, 인권, 난민지원센터 (사)좋은벗들 설립 ▲1996년 우리민족서로돕기 불교운동본부 창립 ▲1994년 국제기아, 질병, 문맹퇴치 민간기구 JTS 설립 ▲1994년 (사)한국불교환경교육원(현 에코붓다) 설립 ▲1988년 정토회 설립
■수상 내역 ▲2007년 제5회 민족화해상 ▲2006년 강원도 DMZ 평화 남북교류협력상 ▲2002년 막사이사이상 평화와 국제이해 부문 ▲1998년 교보환경문화상 사회교육 분야 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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