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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s Room

죽은 자의 이름

AziMong 2005. 5. 14. 00:04

 

 

 

 

죽은 자의 이름

 

 

                 詩     아지몽


 

 

어두운 시청 지하,
침침한 형광등 불빛 아래
나는 지금 제적부 전산화 작업을 하고 있다.
150년 전 태어났던 사람들,
한자로 된 낯선 사람들의 이름들이 내 손에서 다시 살아난다.
돌쇠,간난이,윤씨.....
김소사, 소사가 과부를 일컫는 뜻이라는 것도 뒤늦게 알았다.
그리고 아직 고쳐지지 않은 넉자의 한자로 된 일본식 이름,
제적부 보관 기한이 80년이니
제적부 속에 우리 조상들은 아직 독립되지 않은 셈이다.
누렇게 다 낡아진 종이, 헤어질 듯한 그 위에서
그래도 용케 이름들이 다시 살아날 때마다
그 시대의 그들이 이름 석자로 내게 다가 온다.
대부분 성 뒤에 한자 하나를 더 추가해서 지은 일본식 이름.....
어짜피 짝퉁은 마찬가지 일텐데도 빨간 줄만 그어있다.
차마 고치지 못하고 죽은 이들도 있다.
국적포기 문제로 여기저기 시끌벅적하다.
참 아이러니다. 그 시절에도 이런 짝퉁이 존재했었구나.
시청 지하실은 죽어도 죽지 못한 자들의 무덤이다.
죽은 자의 이름을 부활시키는 나는 좀비 대장이고
이상하게도 질투나도록 맑은 날에도 가슴에는 쓸쓸한 비가 내린다.
집으로 돌아온 나는 책장 모서리에 박아 두었던
조선일보에 세운 임나일본부라는 책을 다시 꺼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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