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의 사랑
글 아지몽
오래 오래전, 거미 한마리가 살았다. 티없이 맑고 밝은 하늘이라도 괜쟎을 것 같았다. 거미는 땅 냄새도 맡아보고 풀대롱이 대롱대롱 매달려 보기도 하고 때로는 바람을 타고 여기 저기 기웃거리기도 하면서 하늘 한모서리에 예쁜 집을 지었다. "나는 너를 놓아주기 안을거야." 이렇게 생각하면서 거미는 이것만이 유일하게 자신이 사는 법이라고 생각했다. 이 세상 모든 것을 다 얻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거미는 달콤한 사랑을 꿈 꾸어보기도 했다. 때때로 거미는 자신의 집에 멋모르고 찾아온 손님까지도 자신의 손으로 꽁꽁 묶어둘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런데 어느날 그 거미는 그 모든 것들을 차지하는데는 자신이 꼭꼭 숨어 있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자신의 흉측한 몰골을 내밀어서는 절대로 안된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아차린 거였다. 거미는 밤과 낮으로 걱정을 하며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끝에 결론을 내렸다. "그래, 나도 세상에 자유롭게 얼굴을 내밀어보는거야. 나도 할 수 있는거야." 라고. 그런데 세상은 그 거미에게 자유를 허락하지 않았다. 굴뚝새 한 마리가 모처럼 그 거미를 발견하고만 거였다. 그 후론 아무도 그 거미를 본 적이 없었다. 오래 오래전, 그 거미가 머물던 곳에는 그때 그 거미는 볼 수가 없고, 매일 새벽마다 맑은 이슬만이 고여 있었다. 아무리 사랑이 깊어도 우리는 죽음에 이르는 거미의 병을 알지 못한다. 내가 그대를 사랑한 만큼만 우리는 세상을 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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