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있는 뿌리깊은 이야기
우울한 도둑 본문
우울한 도둑
아지몽
내가 아는 우울한 도둑은 경주로 갔다.
한동안 도둑은 세속에 갈증을 타서 먹은
목사의 마음 속에 살았다. 그렇게 사는 동안은
그렇게 살아갈 수 있는 순간은
그래도 도둑은 마음 속에 있는 행복한 책으로
거리와 발자국을 살 수 있을거라고 했다.
쵸코렛 한조각에 고상한 클래식 음악 한 장,
우울한 도둑은 낮에는 아이들의 웃음을 거래한다.
우울한 도둑은 낮에는 여자들의 향수에 코를 벌름거린다.
그러다 술에 취한 밤을 돌아
어두운 세상 안의 문으로 들어서면
우울한 도둑은 미소를 잃지 않으려고
검은테 안경 하나를 둘렀다.
어제는 국적을 바꾼 압구정동 교수집 아들 구두를 신고
연인들과 함께 유람선으로 한강을 훔쳤다.
오늘은 또 부산 앞바다에 쓰레기 대신 욕을 버렸다.
자갈치 시장 아주머니 치마에 싸서 돈을 바다에 버렸다.
우울한 도둑은 훔치는 게 아니라 버리는 것이다.
우울한 도둑은 사랑하는 엄니도 사랑하는 여자도
누군가 그러했던 것처럼 훔치는게 아니고 버리는 것이다.
우울한 도둑이 왜 경주로 왔는지 아무도 알지 못하지만
우울한 도둑은 늘 그렇게 사람의 그늘 속을 파고 살았다.
사람들은 경주 박물관에 있는 보석과
김포세관에서 거두어 들인 보석의 차이를 아직 모른다.
일본땅에 묻혀버린 아끼꼬의 기원을 알지 못하듯이,
우울한 도둑도 이제는 마음 속에 단 한 사람도 알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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