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있는 뿌리깊은 이야기
지붕 본문
지붕
詩 아지몽
강남갔던 제비를 기다린다는 것도
이제 다 잊어 버렸다.
초가 지붕 다 허물고 난 뒤,
새로 집짓는 일도 불편하여 사람들의 숲이
하늘높게 지붕과 지붕을 다 허물어 버린 후에
언제부터일까, 사람들은 더 이상 지붕을 생각할 필요가
없어져 버렸다. 그렇다고 그게 무슨 소용이랴.
사람들이 집을 지은 그 언제부터인가
처마끝에 같은 지붕을 공유하고 살아온 제비가
바닥에 하얗에 쌓아놓은 똥 속에는
하늘에서 날라온 씨앗 하나가 숨죽이고 살다가 죽어가고 있었다.
사람 속에 묻고 살아온 제비를 보면
들녁의 새가 지붕을 짓지 않는 이유를 알만하다.
강남갔던 제비도 이제 돌아오지 않는다.
뇌졸증으로 의식을 잃은채 마침표를 찍고 마는 삶이 그러하듯
아주 아주 오래전부터 인간은 별을 꺼내볼 수 있는
조그만 문조차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것이 이유였다.
이미 우리는 눈을 뜨고도 감은채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것이 슬픈 이유가 아닌 것으로 그렇게 살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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