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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있는 뿌리깊은 이야기
지붕 詩 아지몽 강남갔던 제비를 기다린다는 것도 이제 다 잊어 버렸다. 초가 지붕 다 허물고 난 뒤, 새로 집짓는 일도 불편하여 사람들의 숲이 하늘높게 지붕과 지붕을 다 허물어 버린 후에 언제부터일까, 사람들은 더 이상 지붕을 생각할 필요가 없어져 버렸다. 그렇다고 그게 무슨 소용이랴. 사람들..
숲 속의 작은 아스터꽃 詩 아지몽 비가 그치지 않는 어두운 숲 속을 거닐다 보니, 놀란 새들의 날개짓, 그리고 내게 밤이 찾아온다. 나는 꿈과 현실을 모르는 소리없이 지고 마는 하나의 작은 아스터 꽃, 달이 없는 밤은 거친 나무껍질을 부비는 바람뿐이다. 다 타버린 잿 속에서 빛을 찾는 것은 어리석..
인 연 詩 아지몽 저 언덕 위에 흔들리는 나무의 존재를 나는 모른다. 나무 위에 검은 구름이 빠르게 지나가더니 하늘과 땅을 무겁게 짓누르던 어둠이 골과 골짜기 사이에 붉은 피를 토해 내었다. 잠을 깨니 나무뿌리가 뽑혀나간 그 자리에 어느새 이름모를 풀들이 자라나 있었다. 참 이상한 일이다. 아..
그대가 말했지 詩 아지몽 그대가 말했지. 해변의 모래가 부드럽다고. 그 사실을 알기 위해 내가 책을 더 읽어 내려갈 필요가 없었음에도 닳아빠진 누더기 책들 속에는 깊은 숲 속에 잠들고 싶은 산들바람, 이따금씩 잎사귀들을 떨게 하였네. 구태여 무덤 앞에 설 필요는 없었지. 삶이란 어짜피 내가 이..
유혹에 관한 짧은 생각들 꽃은 그 존재만으로도 하나의 유혹이다. 그리고 아름다운 꽃일수록 벌레가 침범한다. 유혹당하지 말라는 충고는 가능하지만 유혹하지 말라는 충고는 불가능하다. 우리들의 삶은 철학적으로 표현한다면 유혹 속의 선택적 실존이라 할 수 있다. 유혹을 당하는 경우를 소극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