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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의 육담 <21> - 공짜로 하기 본문

.....古典(고전)

강원의 육담 <21> - 공짜로 하기

AziMong 2008. 2. 2. 19:43
강원의 육담 <21> - 공짜로 하기 
 
  
 옛날 무명장사가 무명을 짊어지고 촌으로 돌아다니다 어느 집에 들어가서 "무명 사시오." 하니까 젊은 부인이 "돈이 없어서." 이런단 말이야. 무명장사가 "나하구 동침하면 무명 한 필 거져 주지." 그러니, 들어오라구 하니까 무명장사가 들어가서 무명 한 필 주고 젊은 부인을 한 번 품고 방바닥에 벌렁 자빠져 누웠네. 빨리 가야 할 사람이 안 가구 누웠거던. 남편이 올 때가 됐는데 큰일이란 말이야.
 "여보, 이젠 가시오." 이래니, "이기 말라야 가지." 그래더래. "나는 벌써 말랐는데 당신은 뭐이 그렇게 더디 마른단 말이오." "당신은 쪽 째 말리니 벌써 말랐지만 난 통심으로 말리니 생전에 말라야지." 그래니 부인이 애가 난단 말이야. 그래니까 무명을 도로 내주면서 "이거 되가지고 가시오" 했대. 그러니 무명장사는 꿩 먹고 알 먹은 거지. (자료제공 ; 강릉민속문화연구소)
 
 '아이는 어른의 아버지'란 익히 잘 아는 시구이거니와 '동물은 인간의 스승'이라는 얘기도 있다. 예를 들면, 황하에 물을 마시러 내려간 쥐는 자기 배를 채우는 이상의 물을 먹지 않는다는 습성이 인간의 끝없는 욕망을 잠재우는 데 도움된다 하여 벼슬길 떠나는 제자에게 스승이 "황하언서(黃河堰鼠)"라 적힌 종이를 허리춤에 꽂아 주었다지 않은가.
 인간이 제 아무리 문명의 혜택을 누린다 하지만 동물을 보고 인간의 원초적 본능을 짐작하게도 된다. 섹스 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아니, 섹스야말로 극히 동물적이다. 존 스파크스가 쓴 '동물의 사생활'이란 책에는 "동물 세계에서 부정과 배신이 일탈 행위라기보다는 정상 행위에 가깝다." 하고 있다.
 예를 들면, 제비의 암컷은 매우 까다롭게 혼외 정사를 벌일 상대를 고른다. 항상 자기 짝보다 더 잘 생긴 꽁지를 가진 수컷이 대상이다. 또 남극의 아델리 펭귄 암컷은 알을 올려놓을 돌이 필요해 이웃 수컷에게 한 번 대 주고 그 대가로 반듯한 돌을 얻어온다. 이런 방식으로 번식기 동안 62 개의 돌을 챙긴 펭귄도 있더라 한다.
 호오, 그리하여 당신의 성적 일탈 또는 배신 행위가 마침내 아니, 지극히 자연스럽게도 이렇게 이미 정당성을 확보하고 있었다고? 그렇다면 지금 당신은 그야말로 너무나도 동물적인 생각을 하고 있는 중이다.
 우리를 놀라게 하는 동물의 섹스 행위 중 하나는 사마귀의 그것이다. 사마귀의 수놈은 암놈에게 아양을 떨다가 어느 순간 날렵하게 뛰어올라 생식기를 자극한다. 요염해지면서 동적인 교미 자세로 나오기 시작한 암놈과 두세 시간 교미한 뒤 대부분의 수놈은 날쌔게 도망쳐 버리지만, 어떤 놈은 교미 도중에 머리통을 암놈에게 먹히고 만다. 뒤룩뒤룩 살찐 암놈이 머리를 자근자근 씹어먹고 있을 때 수놈은 아랫도리만 살아 성행위를 계속한다는 것 아닌가. 뭔가 매우 상징적인 대목 같다.
 너무나도 동물적인 이런 동물들의 섹스 얘기를 다 찾아볼 수는 없는 것이고, 오늘의 주제와 관련해 제임스 웽버그의 '곤충의 유혹'에 나오는 얘기 한 가지만 더 보태 보자. 풍선파리 수컷은 작은 벌레를 잡아 암컷에게 선물하고, 암컷이 그 선물을 먹는 사이에 교미한다. 어떤 수컷은 그럴 듯하게 포장한 선물 꾸러미를 주고 몸을 허락한 암컷이 포장을 뜯어 보는 사이에 재빨리 한 번 하고 사라진다. 물론 그 포장 속에는 아무것도 없다는 것 아닌가. 말하자면 공짜 섹스 즉 '공X'을 했다는 얘기다.
 인간도 물론 공짜를 좋아한다. 그래서 '왜 인간은 섹스에 돈을 들여야 하는가?' 하는 따위의 질문에 기시다 슈는 '성은 환상이다'에서 이렇게 주장한다. "서구 근대는 여자들이 결혼 또는 돈을 받지 않은 채 남자와 잠자리를 같이하지 말 것을 강요하여, 여자는 남자에게 있어서 돈이 드는 존재가 됐다. 매춘부가 아닌 순결한 여자와의 섹스라 할지라도 공짜 섹스를 배제하고 철저히 섹스를 유료화했다. 다시 말해 근대의 남자들은 성욕을 만족시키기 위해 비싼 돈을 지불해야 했고, 돈을 모으기 위해 죽어라 일해야 할 상황에 처하게 됐다. 이런 상황은 자본주의 사회를 뒷받침하는 중요한 전제 조건의 하나였다."
 그럴 듯한 이론이지만 이미 우리는 그의 말이 틀렸음을 안다. 풍선파리가 자본주의적으로 의식화됐을 리 만무 아닌가. 공짜든 아니든 섹스는 대체로 그저 동물적일 따름이다. 인간이 아무리 별별 논리로 포장한다 하더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