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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s Room

나의 마법상자

AziMong 2004. 5. 22. 19:09

까막 고무신을 신고 다니던 시골학교
새로운 것에 유난히 호기심이 많았던 어린 시절,
어느 날 한 여학생이 전학을 왔습니다.
서울에서 이사를 왔다고
마치 별나라에서 온것 같았던
동화 속의 그 소녀,
집에 가면 마법 상자가 있다고
자랑을 하였습니다.

얼마나 궁금했으면
믿지 않는 친구녀석을 설득해
1시간 거리가 넘는 골짜기 산골 마을인
그 소녀의 집을 찾아나섰습니다.

이렇게 찾아 온 것이 뜻밖인 그녀는
아무말도 못하고 뒷짐을 지고
어찌할 바를 몰랐고
결국
아무 것도 우리에게 보여 줄 수 없었습니다.
서울에는 그런 것이 있어,
정말이야.
그래 있을거야,
난장이 들이 나오는
동화책에 나오는 작은 난장이들이 있는
그런 마법상자가 반드시.....
친구 녀석은 여전히 믿기지 않는 모양이었습니다.

그 후 몇년 후,
양조장을 하는 부유한 이웃집 아이가
그러한 마법상자가 있다고 말을 했습니다.
그 당시만 해도
집 안에 그네를 가지고 있으며
그래도 읍내에선 아주 부유한 편이었는데,
그 아이는 동네에서 유일하게
집 안에 그네까지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 부잣집 아이는
얼마나 그 마법상자를 자랑했는지 모릅니다.
어느날 나는 우연히 어쩌다 한번
부러운 눈길로 그 마법상자를 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것도 잠시,
그 부자집 형제는 큰 천으로 앞을 가리고
자기들 끼리만 끼득거리며 보고
더 이상 보여주질 않았습니다.

그 후 나는
그 마법상자를 더 이상보지 않기로 하였습니다.
그림책처럼 예쁜 그림도
색깔도 없는 마법상자는
그저 그런 것이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어쩌다
선생님께서 들려주시던동화책 이야기 보다
훨씬 재미가 없었습니다.

어린 시절 선생님은
우리들을,
무척 귀여워 해주셨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래서 가끔 그 여선생님 집으로 찾아가곤 했습니다.
그리고 선생님께서 건네주시는 책을
몰래 부끄러워 하며 읽는 척 했습니다.
선생님이 전근을 간 후에도
나는 몰래 그 선생님을 멀리서 지켜보는
참으로 부끄럼이 많은 아이였습니다.
내 마음 속에는
아직도그 선생님의 예쁘게 웃는 모습이
아른거리곤 합니다.

아마도 내 어린시절에는
선생님의 웃음이
바로 마법상자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P.S 어린 시절 연사가 말하는 흑백텔레비전.....
그리고 그 이후 그 시절에 이웃집에 텔레비젼 있는 집은
텔레비전으로 인해 안방극장이 아니라 마당극장이
열리곤 했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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