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있는 뿌리깊은 이야기

꽃을 피운다는 것은 무엇일까 본문

Writer's Room

꽃을 피운다는 것은 무엇일까

AziMong 2004. 6. 30. 07:03

 

꽃을 피운다는 것은 무엇일까

 

                                                      글 아지몽

 

 

누구에게나 아침은 찾아오겠지만
나의 아침의 시작은 베란다 밖을 바라보는
일로 시작된다. 무심코 높은 곳에서
연못과 작은 집들과 길들과 푸른 나무들....
눈부신 아침이 시작되는
햇살이 나를 반길 것같은 날도 있고
뿌연 안개와 침침하고 우울한 하늘을 보며
오늘 내 마음이 그럴 것 같은 그런 날들도 있다.
그래도 내가 바라보아야 세상의 풍경이다.
베란다에는 몇개의 화분이 놓여있다.
꽃들이 피고 질때마다
나는 마음을 졸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있었다.
꽃들은 화안히 맑은 웃음을 지을때도 있고
어느새 시들어져서 내 마음을 아프게 할때도 있다.
지금 우리집 베란다 화분에는 네가지 꽃이 피어있다.
카네이션, 라벤더, 후쿠시아 그리고 임파첸스.
그런데 가장 마음을 졸이게 하는 것은 임파첸스다.
하루 정도 마음을 놓고 있으면 그 녀석은 어느새
잎들이 다 풀이 죽어서 축 늘어져 있다.
꽃들도 힘없이 주저 앉아 도저히 보아줄 수 없을 정도다.
물을 주고나서 다시 일어설 수 있어서 그나마
위안을 삼았었는데, 오늘은 물을 주고도 다시 일어서지
못할 것같은 생각이 든다.
화분이 좁아서 옮겨 심었는데, 영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다.
이틀정도 화안히 꽃을 피우며 웃어 주더니 오늘은
아침부터 축쳐져 있어 안스럽기만 하다.
카네이션은 가져온지 며칠되지 않아 꽃잎이 말라붙기
시작했는데, 날이 흐린 날은 다시는 얼굴을 보여주지 않을
양인지 서서히 시들어 가기 시작했었다.
그래도 다행이 며칠 맑은 날은 겨우 몇개의 꽃을 다시 피웠다.
그 녀석은 햇살이 없는 날은 맥을 못추는 것 같다.
그래도 꾸준히 묵묵히 꽃을 피우고
견디어 주는 것은 라벤더와 후쿠시아다.
베란다에 나가면 나의 코끝에 와 닿은 것은
라벤더와 허브향기이지만 그 어느것 하나 사랑스럽지 않은 것이 없다.
나는 꽃들은 보며 많은 생각을 한다.
그래 꽃을 피우는 것은 좋은 것이지.
그래 꽃을 피우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시들어지는 꽃을
보는 것은 아무래도 마음이 아프다는 사실이다.
아마도 시들어지는 꽃보다 더 슬픈 일은 꺽여진 꽃이겠지.
그런데 그보다 더 나를 더 슬프게 하는 일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시들어지는 것보다 더 슬픈 일은, 그보다 더 아픈 일은
짓밟힌 꽃이란 사실이다.
생명이 짓밟힌다는 것, 그것은 나를 참을 수 없게 한다.
나는 며칠째 그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
꽃을 피운다는 것은 무엇일까.

'Writer's Room' 카테고리의 다른 글

노을과 샛별 이야기  (0) 2004.07.06
빨간 책가방4  (0) 2004.07.04
한 알의 모래알  (0) 2004.06.29
미류나무에 걸려있는 것은  (0) 2004.06.25
꽃나무는 얼마나 행복할까  (0) 2004.06.24